중앙은행 동시다발 긴축에 美 소비도 뚝···시장 덮친 'R의 공포'
美 이어 유럽·영국 등 '빅스텝'에
'블프·사먼' 쇼핑 대목도 힘 못써
소매판매 13개 항목 중 9개 하락
뉴욕 등 제조업지수도 '마이너스'
다우 2.25%↓··· 9월 이후 최대폭
2년물 美국채는 기준금리 밑돌아
미국 금융자산 시장에 경기 침체 공포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 소매판매를 비롯한 주요 지표가 급감하자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놓은 매파적 경고가 허풍이 아니라고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영국·스위스·노르웨이의 중앙은행이 동시다발로 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긴장감이 더해졌다.
미국 상무부는 11월 소매 및 식품 서비스 판매(소매판매)가 6894억 달러를 기록해 전월 대비 0.6% 하락했다고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10월에 1.3% 상승했던 소매판매가 이달 들어 하락 전환한 데다 하락 폭도 시장 전망치였던 -0.3%의 두 배에 달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가장 큰 하락세다.
소매판매 데이터에 포함되는 총 13개 항목 가운데 생필품 매장(0.8%), 외식(0.9%), 잡화점(0.5%) 등을 제외한 9개 부문이 하락했다. 11월은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등이 포함돼 미국의 전통적인 쇼핑 시즌이지만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온라인 쇼핑도 0.9% 하락했다.
시장은 이번 소매판매 감소를 침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개인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컨설팅 기업인 커스터머그로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의 가정은 물가와 금리 상승, 주택 가격 하락으로 그들 앞에 놓인 길이 평탄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전략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경기 침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여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각지의 제조업 경기도 위축 일변도다. 이날 뉴욕과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내놓은 지역 제조업지수는 각각 -11.2, -13.8로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뉴욕의 경우 시장 전망치는 -0.5%였지만 둔화 폭이 컸다.
노동시장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12월 둘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 1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 건 줄어들었다. 시장 전망치는 23만 2000건이었지만 오히려 줄었다. 연준의 의도와 달리 실업이 잘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날 연준이 최종금리를 5.1%로 높게 제시한 데 이어 부정적인 경제지표까지 나오자 시장에서는 침체 우려가 번졌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헌터는 “연준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 경제 위축과 강달러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미국 경제의 발목도 잡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부실한 지표가 침체의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침체 우려를 키웠다. 연준에 이어 15일 통화정책회의를 연 ECB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속도 조절에 동참했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ECB는 내년 3월부터 양적긴축(QT)도 시작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준금리가 여전히 꾸준한 속도로 인상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한 번 치고 빠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이날 영국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3.5%로 0.5%포인트 올리며 지난해 12월 이래 아홉 차례 연속 인상했고 스위스국립은행(SNB) 또한 0.5%에서 1.0%로 빅스텝을 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서양을 사이에 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정점 징후에도 불구하고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며 “미국과 유럽 경제는 앞으로 몇 달 뒤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25% 하락해 9월 13일 이후 석 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도 각각 2.49%, 3.23% 내렸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87% 하락 마감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에 머물렀다.
채권시장의 움직임도 이례적이었다. 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약 0.03%포인트 오른 4.238%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연준의 기준금리 범위인 4.25~4.5%를 밑돌았다.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통상 기준금리보다 높은 2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채권시장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는 고객 노트에서 “이날 금융시장은 미국 이외 중앙은행 역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심리가 바뀐 것처럼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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