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망합니다, 제발 해약 좀”…광클전쟁 특판예금에 무슨일이 [신화!머니?]

신화 기자(legend@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2. 12.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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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편 ④

매일경제 국내주식 유튜브 <자이앤트TV> 코너[신화!머니?]
최근에 지역 농협에서 이자 10%대 특판 적금을 판매했다가 뒤늦게 고객들에게 적금 가입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습니다. 줬다가 뺏은 셈인데, 실제로 상품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의 실망이 큰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특판 예적금에 대한 신뢰도도 덩달아 추락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예적금 특판 상품이 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일단 문제가 된 예적금 특판상품이 뭔지부터 해서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진건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Q. 예적금 특판상품, 이러면 뭔가 일반 상품보다 좋은 것 같고, 빨리 가입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특판이 정확히 뭔가요?

A. 특판이란 말그대로 특별판매 상품입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같은 금융사들은 보통 기본적으로 예적금 상품을 늘 판매하고 있는데요. 창립 50주년 같은 이슈가 있거나 고객 감사제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 예적금 특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Q. 그럼 특판상품이 보통 일반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은가요?

A. 그렇습니다. 특판 예적금 상품은 평소에 판매하던 예적금보다 1%포인트 정도 높곤 합니다. 다만 특판은 판매 한도를 정해놓는 경우가 많아서 조기 마감되곤 합니다. 지난달 22일에는 원광새마을금고에서 연 8% 금리를 책정한 예금 특판을 판매했는데 30분만에 마감됐습니다. 판매한도가 얼마인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고금리인만큼 한도가 크지 않았을 걸로 추측됩니다.

특판을 홍보할 때 판매한도를 공개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한도가 300억원이고 판매 한도 소진되면 조기 마감한다.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하는 거죠.

Q. 특판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나요?

A. 일단 특판은 은행권보다는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보통은 이미 거래 기록이 있는 고객들한테 문자로 특판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축은행만 해도 전국에 79곳이나 있다 보니 이런 특판 정보를 문자로 바로바로 받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사실 이런 특판 정보는 재테크 커뮤니티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 ‘월급쟁이 재테크 연구’ 카페에서는 회원들이 특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공유합니다.

Q. 그럼 이런 특판 상품에 가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특판 예적금이라고 해서 가입 절차가 일반 예적금 상품과 특별히 다른 건 아닙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도가 있고, 보통 조기 마감되기 때문에 가입하는 속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비대면 전용 상품의 특판이 많기 때문에, 금융사의 웹사이트나 앱을 능숙하게 이용하시는 분들이 유리하신 것 같습니다. 최근 신협에서는 비대면 전용 예적금 특판 상품을 판매하면서 판매 개시 시간을 미리 공지하지 않는 곳들도 있었는데요. 새벽 2시에 갑자기 개시된다든가 해서 밤을 새워가며 신협 앱을 켜두고 특판 개시를 대기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새벽에 개시해도 2분만에 한도가 끝나서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Q. 2시까지 기다렸는데 그렇게 마감되면 좀 허무할 것 같아요.

A. 맞습니다. 사실 1~2분만에 마감될 정도니까, 가입하려고 대기했다가 실패하시는 분들은 우울해하시기도 하더라고요.

Q. 이렇게 공을 들여서 높은 경쟁률을 뜷어야만 특판 상품 가입에 성공할 수 있는 건데, 겨우 가입해 놨더니 일부 지역 농협에서 가입을 취소해달라고 요청을 한 상황이죠?

A. 네. 지금 사건은 영세한 규모의 단위농협과 신협에서 고금리 적금 특판을 비대면으로 열었다가 너무 빠르게 수천억원이 몰리자 고객들한테 가입을 해지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입니다. 처음엔 6일에 남해축산농협이 고객들에 문자를 돌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창구에서만 판매하려던 적금 특판인데 직원 실수로 비대면 특판에까지 등록이 됐다, 우리 농협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와서 이자를 지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부디 너그럽게 해지해달라 이런 내용이었어요.

Q. 다른 곳들에서도 또 이런 일이 있었나요?

A. 네. 그 다음날인 7일에는 동경주농협에서 비슷하게 고객분들한테 문자를 돌렸어요. 원래 판매하려던 건 50억 한도였는데 5000억원이나 들어와버렸다고 해지해달라고 읍소하는 내용이었죠. 근데 문제는 동경주농협의 적금 특판이 판매된 건 12일 전이었다는 거죠. 고객들은 감당못할 돈을 왜 12일 동안이나 그냥 갖고 있었냐, 의문을 제기하시기도 했습니다. 남해축산농협이 그 전날 해지 읍소 문자를 돌리는 걸 보고 같이 묻어가려고 한 거 아니냐, 이렇게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리고 동경주농협이 문자를 돌린 7일, 공교롭게도 제주에 있는 사라신협에서도 비대면 적금 특판을 잘못 열었다가 한도 이상으로 판매가 되기도 했어요. 얼마든지 원하는 금액을 넣을 수 있는 자유적금에도 고금리가 책정됐었는데, 고객이 처음 가입할 때 넣은 돈 말고는 더 적금액을 넣을 수 없게 막아버리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사라신협은 곧바로 고객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Q. 단위농협하고 신협에서 연달아 비슷한 일이 터진 거군요. 12일이나 대처가 늦었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요. 특판에 가입하려고 다른 데 있던 돈을 옮겨온 고객들이 많을텐데,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A. 맞습니다. 특히 상호금융사는 신뢰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이런 초유의 사태로 신뢰가 많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그런데 사실 고객들은 이런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적금을 해지할 의무는 없지 않나요? 지역 농협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돈이 몰렸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미 판매가 된 거고, 계약상 고객들의 잘못은 없는 거잖아요.

A. 그렇죠. 사실 고객들한테는 해지 의무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금융사의 읍소, 부탁인 거죠. 실제로 남해축산농협의 적금 특판에 가입하셨던 분들 중에 40% 정도만이 문자를 받고 해지하신 걸로 알려집니다.

Q. 그럼 만약에 고객분들이 해지를 다들 안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이자를 감당을 못하면 해당 지역 농협이 망할 수도 있는 건가요?

A. 원칙적으론 어떻게든 지역 농협에서 해결하긴 해야 합니다. 지난 편에 말씀드린 대로 상호금융사는 지역마다 각각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고요. 농협의 해명대로 그 농협의 직원이 실수한 거니까, 실수한 만큼 책임도 져야 하는 거죠.

하지만 정말 경영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생기면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길도 있긴 합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 배임 문제가 거론될 수는 있겠지만, 지역농협이 문을 닫을 정도로 힘들어지면 근처 지역농협과 합병이 되거든요, 근데 합병하면 그 지역민들의 피해도 심해지니까. 어쩔 수 없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Q. 이번 일로 실망하거나 상심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저도 금융사가 상품을 판매했다가 고객분들한테 직접 해지를 요청한 사건은 처음 들어보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가 뭔가요?

A. 단위농협에선 직원의 실수라고 설명하긴 했는데요. 단위농협이 각자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자율성을 갖고 있다 보니 직원이 실수했을 때 걸러낼 장치가 없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나 신협중앙회가 협회 차원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상황입니다. 지난 7일 농협중앙회는 지역 조합이 연 5% 이상의 예적금 상품을 판매할 경우 중앙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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