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칼바람…서울서 '20점'도 당첨
미분양 공포 확산…아파트 매수심리 역대 최저
청약가점이 30점대 후반인 직장인 전 모씨(35)는 매달 10만원씩 붓던 청약통장 납입을 최근 중단했다. 납입 횟수와 예치 금액을 늘리면 당첨 확률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씨는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당장 늘어난 전세대출 이자부터 갚는 게 급하다"고 말했다.
분양 시장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부터 미분양이 급증하더니 급기야 서울 알짜 분양단지도 당첨 가점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에 짓눌린 실수요자들은 선뜻 내 집 마련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 최저 당첨가점은 20점까지 떨어졌다.
'장위자이'는 총 2840가구 대단지로 일반분양 물량만 1330가구에 달한다. 브랜드 대단지이면서 분양가도 3.3㎡(평)당 2830만원으로 둔촌주공(3829만원)보다 크게 낮아 알짜 대단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첨자 발표 결과 전용 49㎡는 물론 국민평형인 84㎡마저 최저 가점이 20점이 나왔다. 전날 발표된 둔촌주공은 49㎡만 20점이었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으로 20점은 1인 가구가 4~5년 정도만 청약통장에 납입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점수다. 대단지 아파트 청약에서 잇따라 당첨 가점이 급락하면서 미계약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에 대출이자 부담도 큰데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점 54점으로 장위자이 전용 59㎡ B타입에 당첨된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청약했지만, 내년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계약이 망설여진다"고 전했다.
청약시장뿐만 아니라 아파트 매수심리도 급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12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2.1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은 이보다 더 낮은 64.8로 역시 전주(65.7)보다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정부가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84㎡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고, 다주택자가 미분양을 소화할 수 있도록 취득세를 인하하는 등 빨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석환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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