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체결…육해공 방산기업 '우뚝'(종합)

김민성 기자 2022. 12. 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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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결합심사·최종 대금 납입 등 남아…"큰 걸림돌 없다"
조선업 진출…대대적인 경영진 교체 등 체질개선 나설듯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방안을 논의했다. 2022.1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한화그룹이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지 석달 만이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조선산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은 물론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위산업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앞서 한화그룹은 계열사에 흩어진 방위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 방위사업 통합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그룹 계열사 중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가장 많이 갖는 것도 통합적인 방위산업 육성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은 잠수함 등 특수선(군용) 부문에서 강점을 지녔다. 한화그룹은 궁극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종료를 위해서는 국내외 경쟁당국의 인허가와 최종 지분 매매 절차가 남았지만 별다른 걸림돌은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화그룹은 약 20년간 이어진 대우조선의 '주인 없는 회사' 꼬리표를 떼고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맞춰 민간 기업으로서 체질 개선 등 정상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 경영진의 대대적인 교체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서 한화그룹의 산업은행 소유 대우조선 지분 인수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들과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보통주식 1억443만8643주를 주당 1만9150원에 신규로 발행한다. 총 2조원에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갖게 되고, 기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분이 28.2%로 줄어 2대 주주가 된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계열사 6곳이 참여한다. 내년 상반기 내에 최종 인수 절차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방산부문 승인 등 거래 관련 국내외 인허가 절차만 남아있다. 다만 큰 걸림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9월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 여부와 관련해 "이번 사례(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처럼 동일한 조선업종을 영위하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서 기업 결합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 제공)

◇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방산기업 도약…韓조선 민간 빅3 경쟁구도

대우조선 인수로 한화는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방산기업으로 올라서는 게 목표다.

대지 및 대공 미사일,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을 생산하고 방산분야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한화그룹이 함정까지 생산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 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증가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잠수함, 구축함 등을 만드는 국내 1위 함정 건조업체다. 한화는 항공과 육상 무기 체계는 갖췄지만 해상 분야의 역량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우조선의 수주 잔고 중 특수선 비중(지난 11월 기준)은 55억5000만 달러로 전체의 2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2010년까지 방산분야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며 "특수선 비중이 날로 커지는 추세인데 한화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도 새로운 경쟁구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신규 투자 의지와 방향성에 따라 경쟁 양상이 급변할 것으로 본다.

◇ '주인없는 회사' 꼬리표 떼는 '체질 개선' 진행될 듯…경영진 교체 유력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절차를 마무리하면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20년간 산은 관리체제에서 경쟁력의 한계를 드러냈고 중장기 경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등 부실 경영이 이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66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1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고 부채비율은 700%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면서 대우조선도 향후 3년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지만 당장 흑자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내년 상반기부턴 2020년 하반기 이후 수주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에 돌입하는 만큼 흑자전환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2020년 상반기까지 수주한 물량은 일감이 없어 싼 값에 맺은 건조 계약이지만 2020년 하반기 이후부턴 선박 계약 금액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한화그룹이 인수 후 대우조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면적인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나온다. 이날 양측이 체결한 계약서에도 기존 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간 한화가 굵직한 인수합병(M&A) 뒤 자사 출신 경영진을 보내왔던 과거 사례를 보면 경영진 교체부터 사업분야 재편까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기술인력 확충과 포트폴리오 재편 등도 거론된다.

대우조선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새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향후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사장은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근무한 '대우맨' 출신이다. 그는 지난달 대우조선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 대표직도 내려놨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인사·재무·홍보 등 경영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한화 인력들을 대우조선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논의가 진행된 뒤 '노조 리스크' 등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한화 측이 노조와 만나 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승계 등에 합의하면서 우려감은 상당부분 해소됐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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