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물고 분양 취소…2.5억 할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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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입주자 모집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무더기 미계약 물량이 소진되지 않자 분양을 아예 취소하거나 분양가를 모집 공고 당시보다 1억~2억원 할인해 물량 털기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미분양 전망지수는 전달보다 4.4포인트 증가한 135.8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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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분양 단지 20곳 중 절반
경쟁률 1:1 못넘어 미달 사태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 1순위 '0'
위약금 물고 잇단 계약 포기도
인천 등서 재분양으로 방향틀어
"미분양되면 시공사 도산위기"
주택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위험)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입주자 모집 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무더기 미계약 물량이 소진되지 않자 분양을 아예 취소하거나 분양가를 모집 공고 당시보다 1억~2억원 할인해 물량 털기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계약 대거 발생에 재분양 선회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시공사인 서희건설은 기존 분양받은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 1순위 청약 당시 73가구 모집에 249명이 신청해 청약 경쟁률 3.4 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첨자들이 줄줄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총공급물량 144가구 중 72%가량인 104가구가 미계약됐다. 시공사 측은 이미 계약을 마친 수분양자들에게 계약금의 1.5배를 돌려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월 분양한 전남 광양시 ‘더샵 광양라크포엠’도 최근 계약자들에게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 단지는 898가구 모집에 530명만 신청해 청약 마감에 실패한 데 이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추후 재(再)분양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건설사 주택 담당 임원은 “미분양 장기화에 따른 악성 미수 채권을 떠안느니 얼마 되지 않는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미계약 속출로 분양대금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시행사와 시공사 모두 도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향후 분양가를 낮춰 재분양에 나서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취소 대신 할인 분양에 들어간 단지도 있다. 지난 8월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 파주시 주거용 오피스텔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넉 달 가까이 미계약분이 남아 있자 애초보다 2억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올 들어 7차례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최초 분양가보다 15% 낮은 가격에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분 할인 판매는 기존 계약자의 반발과 시공사 이미지 악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미분양 주택 10만 가구 육박”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가구로 작년 10월 말(1만4075가구)의 3.3배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이 55가구에서 866가구로 14.7배 급증했다.
이달 들어선 15일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20개 단지 중 △파주 운정신도시 A2BL 호반써밋 △군산 신역세권 예다음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 등 10곳이 입주자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232가구)와 제주 서귀포시 ‘빌라드아르떼 제주’(36가구)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분양 공포는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2월 미분양 전망지수는 전달보다 4.4포인트 증가한 135.8로 올 들어 가장 높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도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미분양 주택이 상반기 10만 가구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병철 팀장은 “지금은 재분양이나 할인 분양이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주택 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전국적으로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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