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법인세 논란 유감
세금에 대한 생각은 이념 성향을 가르는 갈림길이다. 우파는 세금을 줄여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만들자고 한다. 좌파는 세금을 늘려서 국가가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떤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도 신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종교와 비슷하다. 하지만 좌파들도 자기 세금을 올리기는 싫어하기 마련이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가 덕지덕지 늘어난 이유다.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인세에 발목 잡혀 표류하고 있다. 법인세를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제안은 윤석열노믹스의 핵심이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서 '민주성(민간주도성장)'으로 경제 기조를 바꾸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우리나라에 법인세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49년으로, 35% 단일세율로 시작했다. 1980년 최고세율이 53%까지 갔다가 신자유주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에 들어갔다. 한국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최고세율을 22%까지 인하한 뒤 9년간 유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2018년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25%(지방세 포함 27.5%)로 올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지방세를 포함해 23.2%다. 자연인에게 부과하는 소득세와 달리 법인세는 조세 저항이 거의 없다. 징수 편의성이 높으니 국가가 세금 수입을 늘리기 위해선 법인세를 올리는 게 손쉽다. 하지만 법인은 최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 근로자,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까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법인세를 올리면 그만큼 배당이 줄고, 임금이 덜 오르고, 심지어 제품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정은 상식적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 소득이 늘면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내려간다는 '낙수효과', 반대로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게 먼저 혜택을 줘야 총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분수효과'는 둘 다 이론일 뿐이다. 그럼에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옳은 정책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계산기 두드리듯 투입산출 효과가 계산된다면 진작에 공산주의가 주류가 됐을 것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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