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객열전] 15세 프로당구 최연소 선수 김영원

김동찬 기자 2022. 12. 16. 17: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부→1부 직행할래요"
당돌한 프로 소년의 꿈
프로당구 선수 김영원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PBA에 역대 최연소 프로선수가 등장했다. 프로당구 3부리그 격인 챌린지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 김영원(15)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전국 종별 학생당구선수권대회 3쿠션 중등부 1위에 오른 그는 2021~2022시즌 '고리나 PBA 드림 투어' 6차전 와일드 카드로 출전해 32강까지 올랐다. 올 시즌부턴 PBA로 정식 등록해 3부 리그인 챌린지 투어에서 뛰고 있다. 챌린지 투어에는 최고령인 72세의 강범수 선수도 같이 뛰고 있다. 김영원과의 나이 차이는 57세로 할아버지와 손자 뻘인 셈이다. 현재 챌린지 투어 랭킹 10위인 김영원은 남은 5, 6차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1부 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급행 티켓을 움켜쥘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오늘도 1부 진출을 위해 하루 7시간씩 구슬땀을 흘리며 꿈을 키우고 있다.

게임 라이벌 아버지 따라 당구 시작

처음 흥미 못느끼다 선수 꿈 다져

김영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아버지와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할 정도로 친구처럼 지냈다. 집에 게임용 컴퓨터를 놓고 아버지와 팀전 게임을 즐길 정도였다. 그러다 아버지가 게임을 멀리하고 당구에 관심을 갖자 김영원도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함께 당구장으로 향했다.

"아버지와 게임을 자주 했는데 어느 날부터 아버지가 당구로 관심을 돌리시더라고요. 당시 하던 게임이 배틀그라운드라고 하는 FPS게임인데 아버지와 매일 팀전을 하다 못하게 되자 게임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당구가 재밌으면 나랑 게임도 안 하실까'라는 생각이 들어 한번 따라간 게 당구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김영원은 처음 당구를 접했지만 시큰둥했다. 운동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아버지는 직접 당구를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한테 당구의 기본기부터 배운 그는 '이런 걸 왜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를 갖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울려 놀기 위해 찾은 당구장이었는데 엄숙하게 기본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재미가 있을리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간 당구장의 동호인 분께 기본기를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당구뿐만 아니라 축구나 야구를 할 때도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는 분이거든요. 아버지랑 같이 당구를 치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이날 인터뷰에 동행한 김영원의 아버지 김창수씨는 "어린 나이일수록 기본기가 중요하잖아요. 저를 따라 당구장에 오긴 했는데 무작정 제가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진짜 몰랐어요."

처음에 별 흥미를 갖지 못했지만 김영원은 금세 당구의 매력에 빠졌다. 4구를 배운 지 두 달 만에 국제식 대대로 옮겨 3구를 시작했고, 이어 전국 체육관 대회에도 출전하며 당구선수로의 꿈을 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구가 왜 재밌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러다 당구를 배워가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공이 굴러가는 모습, 특히 공을 제대로 맞힐 때 나는 경쾌한 소리가 제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4구 수지는 150점, 3쿠션은 13점을 놓고 쳤어요. 배운 지 두세 달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전국 체육관 시합을 나가게 됐는데 보기 좋게 깨졌어요. 하지만 그 대회를 통해 당구를 좀 더 제대로 배우는 계기가 됐어요. 그때부터 당구선수가 되겠다는 마음도 먹었으니까요."

프로당구 선수 김원영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와일드카드로 최연소 PBA 데뷔

자만심에 탈락한 3부리그 1차전

김영원은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당구연맹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전국 종별 학생당구선수권대회 3쿠션 중등부에서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적에 힘입어 프로 리그인 PBA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렇게 처음 나간 경기가 프로 2부 리그인 드림투어 대회다.

"고리나코리아 대표님이 와일드카드로 출전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때 저랑 아버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고민없이 출전한다고 했죠. 제가 성격이 내성적이라 방송 무대를 하루라도 빨리 접하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고요. 당시 32강까지 올라간 성적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3부리그 챌린지 투어에 정식 프로 선수로 등록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수라면 데뷔 무대나 우승했을 당시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영원은 드림투어 와일드카드로 처음 출전했을 때보다 3부 챌린지 투어 1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한다.

"연맹 시절과 다른 점수제 방식으로 드림투어 때 조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32강까지 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프로 당구를 쉽게 봤던 거 같아요. 3부 리그 첫 경기에 나설 때 이런 자만심 때문에 1라운드를 탈락했거든요. 너무 아쉬운 경기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막상 패배에 몰린 상황까지 오자 엄청 떨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 선수로 뛸 수 있었던 배경은 부모님의 든든한 후원 덕분이다. 부모님은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반대가 아닌 격려해주는 교육방식을 선택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도 반대를 하기 보단 적극 지지해주며 응원을 보냈다.

"당구를 배운 지 1년 정도 되니까 미래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 당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뭐든지 하나만 잘하면 되니까 하고 싶은 거를 제대로 하라'며 적극 지지해 주셨습니다. 막상 허락하셨지만 제가 이렇게 빨리 프로선수로 성장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김창수씨도 김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 영원이가 당구에 소질이 있고, 감각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솔직히 '저렇게 배우다 말겠지'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죠. 보통 저 나이엔 한창 배우는 게 재밌다가도 금방 질리기 일쑤니까요. 근데 이렇게 당당히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긴 하죠."

프로당구 선수 김영원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일반 고교 진학 대신 선택한 방통고

국내는 김행직, 해외는 야스퍼스 롤모델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연습에 몰두한 김영원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아무래도 수업에 묶이는 시간이 많아져 그만큼 당구 연습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구 선수로 한창 성장기에 접어든 시점이어서 하루 7시간 이상 매달리는 지금의 연습량을 줄이기가 곤란했다.

"아무래도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면 선수생활에 지장을 줄 것 같아 방송통신고등학교로 갈 예정입니다. 전 이미 직업이 있으니까 방통고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고 아버지께서도 앞으로 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세요. 국내에 당구를 잘 치는 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중간하게 해선 안 되니까요. 부모님께서는 만약 제가 학교를 그만두고 당구에 열중하겠다고 결정해도 저를 믿고 최선을 다해 응원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김영원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를 한다고 해도 그의 부모는 굳이 말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집 근처에 연습장을 하나 마련해주고픈 마음이다.

김창수씨는 이미 결심을 마치고 준비에 나섰다. "연습을 하는 당구장에서는 아무래도 원치 않는 게임도 해야 하고 눈치를 볼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영원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마음 편하게 연습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주변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시는 분들과 상의해 개인 연습장을 만들 생각입니다."

김영원에겐 당구의 스승이 딱히 없다. 기본기를 동호인에게 배웠지만 이후 여러 선수의 영상을 보고 독학을 통해 지금까지 실력을 키워왔다. 영상을 통한 롤모델은 두 명의 월드클래스를 꼽았다. 국내 선수로는 김행직(전남당구연맹 소속) 선수, 해외 선수로는 '4대 천왕'이자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선수의 경기 영상을 참고해 그들의 스타일을 습득하고 있다.

"평소에 제가 못친 공을 계속 쳐보면서 연습하고 다른 선수들의 영상도 많이 보면서 자세를 고치고 있습니다. 김행직 선수나 야스퍼스 선수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데 당구를 정말 잘 치세요. 그래서 두 선수의 영상을 보며 자세를 따라하면서 언젠가 저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꿈을 꾸고 있습니다."

김창수씨는 아직 스승을 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지금 영원이가 선수이긴 하지만 한참 배울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누구한테 배워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경기를 하면서 잘 맞는 사람도 있고 그게 인연으로 이어지면 영원이에게 당구 스승도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당구 선수 김영원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가장 부족한 약점 '멘탈 관리' 꼽아

"10대 나이에 1부 투어 우승이 꿈"

아직 청소년인 김영원의 가장 부족한 부분은 정신력이다. 당구 실력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지만 멘탈적인 부분은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완성형 실력의 선수들도 가장 어려워 하는 분야가 바로 멘탈 관리이다.

"롤모델들의 영상을 보면서 가장 부럽다고 느낀 부분이 멘탈 관리입니다. 아직까지 멘탈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 제 약점인 걸 알지만 고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보니 힘들긴 해요. 아버지는 그래도 이런 부분마저 칭찬해 주세요. 본인이 뭔가 찾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보는 거죠. 멘탈 관리로 흔들리지 않는 선수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김창수씨는 멘탈과 관련해 조금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제가 볼 때 시합에서 보이는 영원이의 모습은 되게 차분합니다. 오히려 어린 영원이의 차분한 모습을 보고 상대방이 더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영원이가 멘탈이 약하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그렇게 약한 것 같지 않습니다. 클럽에서 잘 치는 사람도 대회를 나오면 위축이 돼 실력 발휘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영원이가 고민하는 부분은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 선수들이 이런 부분들을 느끼냐 못 느끼냐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보면 영원이는 절대 멘탈이 약하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 챌린지 투어 랭킹 10위인 김영원은 지금 성적을 유지한다면 랭킹 32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2부 리그 드림투어 승격이 확실하다. 하지만 김영원은 1부 리그 직행을 꿈꾸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5, 6차 경기에서 우승을 해야 가능하다.

"랭킹 3위 안에 들면 1부 리그로 직행할 수 있습니다. 우승을 해야 1부로 갈 수 있는 확률이기 때문에 솔직히 가능성은 적은 편이에요. 그래도 목표는 크게 잡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부려서 성적이 부진하면 안 되니까 이 부분도 염두에 두고 시합에 임하겠습니다. 만약 5, 6차에서 우승하면 상금을 부모님 용돈으로 드리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제가 1부로 올라간다면 20살 전에 1부 투어 우승도 해보고 싶습니다."

김동찬 기자

 

스포츠한국 김동찬 기자 dc007@hankooki.com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