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보 관련 3대 문서 개정…‘반격 능력 보유’ 명시

박은하 기자 2022. 12. 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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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2027년 GDP의 2% 지출
전수방위 개념 형해화 비판 불가피
홋카이도현 에니와시의 캠프 기타에니와에 있는 일본 지상 자위대(JGSDF) 제1포병여단에서 트럭에 탑재된 대함 미사일 시스템인 지대함 미사일(SSM-1). 2017년 9월 8일 촬영/ AF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16일 적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담아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외교·안보 정책의 근본 방향을 담은 지침서다. 2013년 아베 신조 정권에서 책정됐으며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우리는 전후 가장 엄격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로 국익과 평화,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침략을 억제하는 데 열쇠가 되는 것은 반격 능력”이라며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반격 능력’은 “유효한 반격을 가능하게 하고 스탠드오프(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 방위기능을 활용하는 자위대의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국제법 범위 내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의 사고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제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들여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 구입, 일본산 12식지대함유도탄 개량,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원거리 타격 능력 강화에나설 예정이다.

사이버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능동적 방어’ 조항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정부나 주요 시설에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격을 가한 대상의 서버에 침입해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부여했다.

안보 문서 중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 방향이 담긴 ‘방위계획의 대강’은 ‘국가방위전략’으로 명칭을 바꾸고, 방위 장비 조달 계획 등이 담긴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은 ‘방위력정비계획’으로 개칭했다.

주변국에 대한 기술도 달라졌다. 개정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중국을 북한과 러시아보다 먼저 다루면서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기존의 국제사회의 우려라는 표현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국가안보전략의 하위문서인 국가방위전략은 중국이 지난 8월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지역 주민에게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한층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들며 유럽을 위협하고 중국과 전략적 연계 움직임이 보인다며 “안전보장상의 강한 우려”라고 표현했다. ‘러시아와 협력’이라는 기존 표현은 삭제됐다.

독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에 근거해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고 적었다. 종전의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는 표현보다 어조가 강해졌다.

일본 정부는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앞으로 5년간(2023∼2027회계연도) 방위비로 약 43조 엔(약 415조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는 2019∼2023회계년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반영된 방위비 27조4700억 엔(약 264조원)보다 56.5% 많은 액수다.

일본 정부는 2027회계연도에는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기했다. GDP의 2%는 11조엔(약 106조 원)으로, 올해 GDP의 0.97% 수준인 현재 방위비(5조3687억엔)의 두 배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세계 9위인 일본의 국방예산 규모는 5년 뒤 세계 3위로 상승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열도 상공을 통과하고 EEZ 안에 떨어지는 등 안보 환경이 급변해 방위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반격 능력’ 확보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평화의 생활을 지키고 미래 세대에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협력을 부탁한다”며 방위비 조달을 위한 증세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도통신은 반격 능력 보유와 관련해 “자위대는 수비를 철저히 하고 미군의 타격 능력에 의존해왔던 미·일의 역할 분담이 변화하게 된다”며 “헌법 9조의 이념 아래 지금까지 내걸었던 전수방위의 형해화가 심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방패’에서 ‘창’으로…일본 방위정책 대전환
     https://www.khan.co.kr/world/japan/article/202212161708001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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