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돌고돌아…한화, 대우조선 품었다

정재웅 2022. 12.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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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대우조선 지분 49.3% 2조원에 인수 본계약
방산·에너지 부문 시너지 기대…재무개선 시급 우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대우조선해양이 마침내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주인 없는 배'가 된 지 23년 만이다. 새 주인은 한화다.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다. 한화로서는 돌고 돌아 14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된 셈이다.

대우조선 꿈 14년만에 이뤘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에 해당하는 신주 발행에 대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는 약 2조원 규모의 지분 인수로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보통주식 1억443만8643주를 주당 1만9150원에 신규로 발행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화는 지난 9월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경영정상화를 목적으로 ‘전략적 투자유치를 위한 투자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양사는 한화를 조건부 투자 예정자로 지정했다. 아울러 경쟁 입찰인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bidding) 방식을 통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추진에 대한 기본 내용에 합의했다.

이후 잠재투자자 인수 의향 접수 결과 추가 입찰자는 없었다. 이에 따라 한화 단독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6주간 상세 실사를 최근까지 진행했다. 실사 과정에서 큰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최종 투자자로 확정됐다.

시너지는 확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가시적인 시너지가 확실해서다. 현재 한화는 에너지, 태양광, 방산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방산은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는 육상과 하늘에만 집중돼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 분야에서 '육·해·공'을 아우를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상선이 주력이다. 하지만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오랜 기간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잔고 중 특수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육·해·공 방산 포트폴리오를 상호 접목한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가장 큰 이유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더불어 에너지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운송 사업을 한화가 중점을 두고 있는 태양광 생산·발전사업과 수소 혼소 발전기술, 암모니아 사업 등과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2008년과는 대우조선해양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그때와 달라져 오히려 지금이 시너지를 내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2008년 당시의 사례가 있어서인지 김승연 회장의 인수 의지가 매우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남은 우려는

2008년 당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베팅한 금액은 6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은 당시의 3분의 1 가격에 인수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도 각종 부실을 털어내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조직이나 사업 포트폴리오가 슬림해졌다. 한화로서는 14년 전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가능해진 셈이다.

다만 우려도 남아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1조1974억원이다. 조선업 특성상 이 분야에 경험이 없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계속 이어진다면 한화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화그룹 본사 / 사진제공=한화그룹

아울러 조선업이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는 업종인 점도 변수다. 조선업은 글로벌 경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한화의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수다. 구슬은 많이 가져갔지만 꿰지 못하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한화가 지속하고 있는 경기 침체 사이클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한화에게는 무척 중요한 숙제가 떨어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 더 많다"면서 "시너지 측면에서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접목하고 실현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도 현재 취약 상태인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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