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은 길어지고 침체는 닥쳐온다…출렁이는 금융시장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긴축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과도한 긴축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15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은 각각 기준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기준금리는 연 2.5%, 영국의 기준금리는 연 3.5%로 올라섰다. 유럽과 영국의 중앙은행 모두 직전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밟았던 것에 비하면 금리 인상 보폭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전날 미 연준이 금리인상 폭을 0.75%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줄이면서도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언한 것처럼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중앙은행도 피봇(기조 전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가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기준금리가 여전히 상당히 꾸준한 속도로 인상돼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며 “한번 치고 빠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국중앙은행도 이날 성명서에서 고용시장 사정이 좋고 물가 상승 압박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하했다.
세계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더해 부진한 미국의 11월 소매판매 지수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전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 11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6% 급감해 지난해 12월(-2.0%)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 보다도 낙폭이 컸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먼데이 등 쇼핑 대목이 몰려있는 11월에도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미국 소비가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국내외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2.49%), 나스닥 지수(-3.23%) 등 주요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0.95포인트(0.04%) 하락한 2360.02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이날 한때 2326.83까지 떨어졌지만 낙폭을 회복하고 약보합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5.27포인트(0.73%) 떨어진 717.41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도 소폭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원 오른 1305.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보다 15.9원 오른 1319.0원에 개장한 뒤 차차 상승폭을 반납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상치를 하회한 실물지표 발표에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됐고, 여기에 유럽과 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로 통화 긴축 기조에 대한 긴장감도 상승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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