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록히드마틴’ 꿈꾸는 한화...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 완성
한화그룹이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됐다. 한화 방산부문을 ‘한국형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는 김승연 한화 회장의 비전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한화는 내년 상반기 중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하고, 잠수함 등 군용 특수선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그룹 사업구조 재편도 대우조선 인수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와 경영진 쇄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본계약 체결 후 경쟁국들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방산부문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한화는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올해 1월 유럽연합(EU)이 인수를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EU는 불허 이유로 한국 업체의 독과점 문제를 들었다. 한화그룹은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독과점 문제가 없다.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 승인을 통과하면 대우조선이 한화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한화는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를 인수하고 경영권 지분 49.3%를 확보하게 된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인수 절차는 끝난다.
유상 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한화 계열사 6곳이 참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말 현재 1조8079억원(연결기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그룹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 방산부문에서 우주 발사체 연료기술, 항공기 엔진, 항법장치, 탄약, K9 자주포, 원격사격통제체계 기술 등 항공과 육상 관련 방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마치면 해상무기 체계도 갖추게 된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전투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한국형 함정 전투체계(CMS)’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우리 해군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CMS는 다양한 센서와 무장, 통신체계 등을 통합해 최적의 전투 임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무기 체계다. 대우조선의 군함·잠수함 건조 능력에 한화시스템의 CMS를 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한화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과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발전 사업,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발전 사업에 대우조선의 LNG 해상생산기술(FLNG)과 연안 재기화 설비(FSRU)을 더하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화는 에너지 생산부터 운송, 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 외형도 한단계 발돋움하게 된다. 한화그룹은 현재 재계 서열 7위로 총자산은 8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대우조선(총자산 12조원)을 인수할 경우 그룹 총자산은 92조원으로 올라서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그룹(96조원)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방산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KAI)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유력 인수 후보자로 한화그룹을 꼽고 있다. KAI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6.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과 2013년 등 총 3차례에 걸쳐 KAI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한화그룹이 KAI까지 인수하면 포스코를 넘어 재계 서열 6위에 오르게 된다.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대우조선 정상화가 가장 큰 난제다. 대우조선은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 11조600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291%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1974억원이다.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인수자금 2조원 외에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조선업황 불황 전망도 한화에는 부담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내년 신조선 수주량은 올해 대비 4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진 쇄신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은 문재인 정권 말기인 지난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사장 선출 때마다 정권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한화는 대형 인수합병(M&A) 뒤 자사 출신의 경영진을 최고경영자(CEO)로 보내 사업 재편과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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