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부동산 시장 인식은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김진수 2022. 12.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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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다 공사비 인상과 기존 아파트값 하락 등 악재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정부는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부동산 정책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경제 당국과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간여합니다. 앞으로 나올 정책도 이런 기관들이 서로 협의해서 만듭니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의중이 중요하겠죠. 최근 나온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은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집값은 완급을 조절해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요규제는 좀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급락하는 집값도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집값이 예측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거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필요합니다.

윤 대통령은 또 주거 취약계층 대상 정책을 강조하면서 "민간과 공공 임대를 잘 섞어서 공급하려고 한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히 선(善)으로 아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대로 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되 민간의 역할도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부가 연내 등록임대주택 제도 개편을 공언한 상태입니다.

다주택자 중과세 경감에 대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게 시장의 법칙"이라며 "부자들 세금 덜어준다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임차인들이 좀 저가에 임차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드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원 장관은 좀 더 구체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과거에 보면 하강기 사이클은 8년 정도 전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경기 흐름 법칙적인 면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하락 움직임이 정지만 될 수 있어도 (주택시장) 사이클이 빨리 진행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금리인상과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하락이 멈춘다면 그래도 비교적 빨리 바닥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원 장관은 또 "거시경제, 실물, 심리가 같이 움직이면서 만들어지는 게 주택가격이라 쉽게 다시 꺾고 올라갈 거라고 보고 부양책을 쓴다는 건 맞지도 않고 효과도 없다. 정책 초점은 가격 자체에 맞춘 게 아니라 가격 하강 우려 속에 나타나는 실수요자 (피해를 방지하고), 건설 공급 주기를 예측 가능 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시장 전체가 위축돼 있는데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거래가 활성화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침체한 상황에서는 그동안 가격 상승기에 과하게 매겨진 규제를 풀 수 있는 여건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 강하게 요구하는 내용이 이 대목입니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취득세 중과 등 거래를 막는 인위적인 규제를 걷어내달라는 겁니다. 거래 활성화는 시장 여건에 따라 언제 나타날지 모릅니다. 다만 남은 규제들이 오히려 시장 침체를 더 부추길 수 있는 만큼 걸림돌을 없애는 게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원 장관은 이어 "큰 틀에서는 금리 앞에 장사 없다. 유동성 축소는 중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시기 자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대신 추락이나 충돌하면 안 되기 때문에 낙하산을 펴거나 매트를 깔아 경제의 지나친 충격, 불필요한 충격이 오는 것을 완화하는 게 정부의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지나친 충격이 오는 것을 완화하는 게 바로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원 장관은 서울 지역 규제지역 해제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재는 모든 것들이 검토 대상이 되지만 결정하거나 임박해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규제지역은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 경기 4곳만 남아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경기도와 서울 강북의 규제지역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합니다. 내년 1분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두고 볼 일입니다.

원 장관은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과 관련해서는 "이미 사업에 자금이 들어가 있고 부채상환이 돌아오는 부분에서 어려움 겪고 있는 현상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전반적인 금융경색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심각 단계에 따라서 금융당국과 완화할 수 있는 플랜은 짜 놓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공사와 시행사가 적지 않습니다. 내년 상반기 위기설도 바로 PF 대출발 부실이 진앙입니다. 우량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이 이뤄지도록 지도 감독해 PF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원 장관은 "임대사업자 완화 방안을 연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달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는 "임대 논리로 본다면 자기가 사는 집 외에 여분의 주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공공임대가 많으면 좋겠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도 많아야 15%, 평균적으로 8% 정도다. 우리나라는 8%의 재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민간임대가 상당 부분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민간 임대의 공급자로서 역할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할 거냐에 대해 고민이 많다. 투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임대수익이 평균적 금융투자 수익률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라면 부동산을 임대로 장기수익을 추가한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선과 악의 잣대로 바라보는 것도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임대사업자의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하지만, 임대수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거래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 하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자본이득)을 고려할 시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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