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 앉으면 고종이 된다…황실잔치 재현한 국립국악원

임석규 2022. 12. 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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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에게 술잔을 올리는 '진작'의 예법은 장중하고도 엄숙했다.

국립국악원이 지난 15일 예악당 무대에서 재현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잔치는 1902년 임인년 겨울 거행된 '임인진연'(壬寅進宴)이다.

고종이 을사늑약을 불과 3년 앞둔 풍전등화의 시절에 이런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는 게 의아해질 정도다.

국립국악원은 어렵게 재현한 행사인 만큼 내년에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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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잔치 ‘임인진연’ 공연
국립국악원이 1902년 거행된 조선왕조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을 120년 만에 무대 공연으로 재현했다. 국립국악원 제공

황제에게 술잔을 올리는 ‘진작’의 예법은 장중하고도 엄숙했다. 배(절한다), 흥(머리를 든다), 평신(일어선다) 등의 구호에 맞춰 느릿하면서도 기품 있게 진행됐다. 1작 황태자, 2작 황태자비에 이어 종친·척신의 ‘7작 예법’이 끝날 때까지 춤과 음악이 끝없이 바뀌었다. 보허자, 수제천, 해령, 여민락, 수룡음, 세령산, 계면가락도드리 등의 궁중음악이 흐르는 동안 헌선도, 몽금척, 향령무, 선유락 등의 궁중에서 추던 다채로운 춤사위가 펼쳐졌다.

국립국악원이 지난 15일 예악당 무대에서 재현한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 잔치는 1902년 임인년 겨울 거행된 ‘임인진연’(壬寅進宴)이다. 실제 잔치는 무용수가 277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였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된 잔치는 오후 늦도록 이어졌다. 이번에 재현한 무대는 6분의 1 정도로 축소한 공연이다.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의 기록 유산 덕분에 재현이 가능했다. 잔칫상에 올린 밥그릇 숫자(1만8천132 그릇)와 떡의 개수, 높이, 재료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기록이 잘 돼 있다.

고종이 을사늑약을 불과 3년 앞둔 풍전등화의 시절에 이런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는 게 의아해질 정도다. 고종의 즉위 40년과 망륙(望六·60살을 바라보는 51살 나이)을 기념한 잔치였다. 당시 고종은 황태자(순종) 등의 거듭된 요구를 네 차례 거절하다 5번째에 윤허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당시 대한제국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국력이 쇠잔해가던 중이었지만 독립된 국가로서의 위상을 만방에 떨치고자 당대 최고의 예술 공연을 펼쳐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902년 거행된 조선왕조 마지막 궁중잔치 ‘임인진연’은 황제에게 7차례 술을 올리는 ‘7작 예법’에 맞춰 엄숙하고 절도 있게 진행됐다. 국립국악원 제공

이번 공연은 객석을 황제가 앉는 ‘어좌’(御座)로 설정했다.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무대를 꾸몄다. 연출을 맡은 박동우 홍익대 교수는 "당시 대한제국과 달리 현재의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뜻에서 이리 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래 '임인진연'은 지난 3월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8월로 미뤄졌다가, 공연 직전 폭우로 국립국악원 시설 일부가 침수돼 12월로 또다시 연기됐다. 김용운 국악원장은 “120년 전에도 창궐한 콜레라와 시설 문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야 열릴 수 있었으니, 기묘한 우연”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21일까지 다섯 차례 이어진다. 국립국악원은 어렵게 재현한 행사인 만큼 내년에도 다시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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