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냐 교체냐’ 증권가 CEO 거취로 쏠리는 눈

권유정 기자 2022. 12. 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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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연말·내년 초 임기 종료
대내외 리스크에 ‘유임’ 무게
지주사·오너 회사 관측 엇갈려

연말 인사 시기가 되면서 주요 증권사 수장들의 연임과 교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으로 업황이 불안해진 만큼 대부분은 연임으로 경영상 변화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지주사나 회사 정책 방향에 따라 불가피하게 교체를 택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림 사장과 기업금융(IB) 부문을 이끄는 김성현 사장을 1년 더 연임하기로 했다. KB지주는 전날 8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 후보는 이달 중 계열사 내부 최종 심사 및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박정림, 김성현 사장의 임기는 연말까지로 당초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두 사장 모두 올해가 대표를 맡은 지 4년째 되는 해인데, 과거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 임기는 5년을 넘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사장의 경우 실적 성과는 꾸준히 인정받아왔지만, 라임사태 관련 징계 결과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상 증권사는 CEO 역량을 회사별 지표로 평가해 교체나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실적이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뿐 아니라 주당순이익(EPS),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가 관련 요소가 포함된다. 회사 경영 기조, 정책 등이 내부 요인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KB, 신한, 하나, NH 등 지주사의 경우 지주 의사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박정림, 김성현 사장 외에 연말이 임기 종료일인 CEO는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이다. 이 사장의 경우 교체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옥동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주력 계열사 사장단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조용병 회장이 3연임이 유력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조 회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된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주에서 100% 인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계열사) 내부에서 논의를 거치는 게 아니어서 교체, 연임 같은 인사 관련 정보는 미리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계열사 대표는 다른 계열사나 내부 출신보다는 지주에서 오는 경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한지주는 20일 계열사 CEO 인사를 발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B와 신한을 제외한 주요 증권사 CEO 임기는 대부분 내년 3월까지다. 연임이나 교체가 최종 확정되는 건 내년 주주총회지만 연말까지 내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투자증권(정일문), 미래에셋증권(최현만, 이만열), 한화투자증권(권희백), 교보증권(이석기), 현대차증권(최병철), SK증권(김신), DB금융투자(고원종) 등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중 대부분 CEO가 유임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리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로 실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긴 하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일찍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CEO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실적이 인사를 결정하는 가장 주요 요인”이라며 “다만 증권사마다 지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중심의 지주사 계열인지, 오너 체제인지에 따라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다르고, 심지어 그 기준도 시기마다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는 CEO 가운데 이미 의사결정이 난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하나증권 신임 사장 후보에 현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내정했다.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은 업계 최연소 CEO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사장은 겸직 중이던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총괄 부회장직을 지속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최근 장석훈 사장 유임을 결정했다. 장 사장 임기는 내년이 아닌 2024년 3월까지지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다. 장 사장은 2018년 7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당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우리사주 배당 사고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장 사장이 삼성증권을 이끌게 됐다.

이 밖에도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은 내후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지난 3월 연임이 결정돼 2025년 3월이 임기 종료일이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올해 초 부임했다. 황 사장은 취임 과정에선 별도의 임기가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도 키움증권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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