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가 얼만데”…3개월새 퇴직연금 1조원 빠졌다
A씨는 “은행 예금 금리가 5~6%인데 내가 가입했던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이 올해 들어 -6%를 기록했다”며 “당장 내년까지 불확실한 장이 예상되는 만큼 1년 예금으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채권 금리도 높아 추가로 퇴직연금에서 돈을 뺄 생각도 갖고 있다”며 “일단 장이 좋아질 때까지 관리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 주식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서 퇴직연금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A씨의 사례처럼 퇴직연금 자금이 은행으로 향하는 자금이동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장기간 수익률이 중요한 퇴직연금 펀드를 단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응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국내 383개의 퇴직연금 펀드에서 1조98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46개군의 국내 테마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최근 한 달 사이만 보더라도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3362억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이 5조9922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년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하루에 200억원 이상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이 감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올 한해 퇴직연금 펀드 전체 설정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Target Date)에 맞춰 운용하는 ‘타깃 데이트 펀드(TDF)’도 주춤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7조4246억원에 달했던 국내 TDF 설정액은 9월 8조3078억원까지 늘어났다가 현재 8조1925억으로 줄었다. 3개월 사이 1153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 저하가 설정액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예금과 채권이 4~6%에 달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굳이 퇴직연금 펀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383개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2%, 최근 1~3개월 수익률도 1%대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일반 투자자가 늘어났고 올해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퇴직연금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점도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45년으로 은퇴 시점을 설정한 TDF 설정액이 이달 들어 전달 대비 11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30~40대 직장인들이 퇴직연금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률이 낮다고 퇴직연금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춘광 레그넘투자자산 대표는 “퇴직연금펀드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자금을 뺄 생각이었다면 올해 초부터 자산 배분에 나섰어야 했다”며 “지금은 수익률이 낮다고 자금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가 매수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도 “미래 수익률을 계산하면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이 예금보다 좋은 만큼 눈앞에 보이는 수익률만 보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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