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 파문’···영화인 이사 모두 “사퇴”
집행위원장 선임 이사회 직후 사퇴 표명
“전주시장의 낙하산” 독립성 훼손 비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자 이사장인 우범기 전주시장이 배우 정준호씨를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임명을 강행하면서 영화인들이 조직위에서 사퇴하는 등 잡음이 커지고 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의 임명을 반대해 온 배우 권해효씨, 방은진 감독, 한승룡 감독 등 영화인 이사 3인은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 직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정씨와 민성욱 부집행위원장을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는 영화제 시작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배우 권씨와 방 감독 측은 이날 통화에서 “사퇴로서 의사 표명을 한 것이다”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영화제 안팎에서는 우범기 시장의 일방통행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정씨의 집행위원장 선임 이유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포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연직 이사장인 우범기 시장이 주변 의견을 외면한 채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역대 전주시장들이 영화계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던 것과 비교하면 영화인 이사들의 동의 없이 정씨를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우범기 시장과 천선미 전북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의 위임장을 받은 서배원 전주시 문화체육국장, 전 시의원 등 4명이 찬성해 정씨에 대한 임명이 이뤄졌다. 영화인들 동의는 1표도 얻지 못했다.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한 이사는 “우범기 시장이 지인 추천을 받아 정씨를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안다”라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예술의 기본원칙조차 무시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씨가 보수정치인 선거 유세에 나서고 독립영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점 등에 대해서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지역 영화계 관계자는 “부천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서도 단체장의 지나친 간섭으로 파행을 겪었다”라며 “또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가 위원장이 된다고 해서 정체성 확립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우범기 시장이 영화제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우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맡은 건 처음은 아니다. 배우 강수연씨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맡았다. 다만 강씨는 부산영화제 초기 때부터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도 ‘채 상병 특검법’ 수사 대상에…수사팀 최대 104명 ‘국정농단’급 규모
- [단독]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지명 직후 딸과 ‘3000만원 차용증’ 뒤늦게 작성 논란
-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핵심 신범철, 공수처 소환 임박하자 국민의힘 탈당
- [단독]“방탄소년단 음원사재기 의혹 밝혀달라” 문체부 조사예정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이재명 ‘15분 발언’에 당황한 용산··“처음부터 반칙” “얼마나 할말 많았으면”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