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도 2번”… 경매서 줄줄이 유찰되는 강남 ‘대장주’ 아파트들
강남 대장주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그동안 경매 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유찰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전용면적 84.98㎡가 경매 물건으로 등장했다. 작년 9월 입주한 래미안 라클래시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상아아파트 2차를 재건축한 단지로 준공된 지 약 1년 된 새아파트다.
이 단지는 지하철 7호선 청담역과 불과 30m거리고, 경기고, 휘문고 등 명문고가 가까워 지역의 ‘대장주’ 중 하나로 통하지만 경매에서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래미안 라클래시 2차 입찰은 다음 달 진행되는데, 한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는 기존 34억원에서 27억20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94.98㎡가 감정가 42억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지난 2016년 입주한 아크로리버파크는 3.3㎡(1평)당 1억원 시대를 연 단지라 경매 시장에 나오자마자 주목을 받았지만, 관심이 낙찰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동안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도 희소해 나왔다 하면 높은 경쟁률도 새주인을 찾아왔다. 지난해 말 경매가 진행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전용 137㎡)’의 낙찰가율은 112%에 달했다. 감정가 28억원인 물건이 31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그러나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강남 아파트도 최소 1번의 유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전용 84.43㎡)’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했지만, 경매에서 2번 연속 유찰되면서 내년 2월 세번 째 입찰이 진행된다. 당초 27억9000만원이던 최저입찰가는 2차에서 22억3200만원으로 떨어졌지만, 입찰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세번째 최저입찰가는 17억8560만원이다.
강남 대장주 아파트들이 줄줄이 유찰된 것은 시세보다 감정가가 높다고 평가를 받은 결과다. 통상 경매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는 6개월~1년 전에 이뤄진다. 채무자가 경매 중지 및 연기를 요청하면 감정평가와 입찰 시점의 차이는 더 커진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해진 점을 감안하면, 감정평가 당시 시세보다 현재 시세가 쌀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은마 아파트 전용 84.43㎡는 지난달 21일 5층이 매매가 21억원에 중개거래 됐다. 최초 감정가인 27억9000만원은 물론, 2회 입찰의 최저 입찰가 22억3200만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현재 호가도 대부분 21억~22억원에 형성돼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역시 유찰될 것이라는 전망이 경매 시장에서 지배적이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감정가는 42억원으로, 38억~40억원 수준에 형성된 매매 호가보다 높았다. 가장 최근 실거래인 지난 5월 41억원보다도 높았다. 다음 달 말에 진행되는 2차 입찰의 최저 입찰가는 기존보다 20% 낮아진 33억6000만원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감정평가가 이뤄진 시기보다 시세가 떨어지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강남 아파트 경매가 쉽지 않아졌다”면서 “다만, 강남 아파트는 감정가가 워낙 높은 만큼 1회 유찰을 겪은 후에는 최저 입찰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대부분 주인을 찾는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도 “강남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 전통적으로 희소성이 높아 첫 입찰에서 대부분 낙찰됐지만, 최근에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최저 입찰가가 떨어지도록 일부러 유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유찰할 때마다 최저 입찰가가 기존보다 20% 낮아지는데, 강남 아파트는 가격대가 워낙 높은 만큼 하락폭도 커 유찰 후에는 가격 매력이 높아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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