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 파일’ 무더기 공개…식지 않는 배후 음모론
미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들 중 가장 광범위한 조사와 가장 끈질긴 음모론의 대상이 돼 온 존 에프(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에 관한 중앙정보국(CIA) 문서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미국 국립공문서관은 케네디 암살에 관한 문서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법률을 이행하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4일 문서 1만3173건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주로 자신들이 보유한 문서가 공개된 것에 대해 중앙정보국 대변인은 이제는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의 95%가 공개된 상태라고 밝혔다. 중앙정보국은 이 사건과 관련한 문서 8만7천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새로운 내용도 있고, 과거에 보안을 이유로 내용이 편집된 채 공개됐다가 이번에 제대로 공개된 사례들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네디 암살은 “국가적으로 깊은 비극”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암살에 관련된 자료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약해졌다”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케네디 암살 사건에 관심을 가져온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즉각 방대한 문서에 대한 검토 및 기존 연구 내용과의 비교·분석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서들을 일별한 일부 전문가들은 단독범의 소행이라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나 설명과 견줘 획기적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총격범 리 하비 오즈월드의 소련 쪽과의 접촉 상황과 이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감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를 방문했다가 암살(1963년 11월22일)당한 때로부터 1년5개월 전 1962년 6월22일에 작성된 보고서에는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인용해 “3년 전 소련으로 망명했던 텍사스주 포트워스 기지의 해병대 병장 출신이 최근 러시아인 아내와 어린아이를 데리고 모스크바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신문은 오즈월드가 상당 기간 동안 중앙정보국의 감시망에 들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해석했다.
케네디가 살해된 직후인 1963년 12월에 작성된 중앙정보국 보고서는 오즈월드가 그해 10월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있는 소련대사관과 한 통화를 감청한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에는 오즈월드가 통화에서 서툰 러시아어로 소련대사관의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워싱턴에 전보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써 있다.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소련에 망명했다가 돌아와 케네디를 살해한 오즈월드의 범행 동기와 배후를 놓고서는 60년이 다 돼가도록 음모론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즈월드는 사건 발생 이틀 만에 호송 중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운영자 잭 루비의 총에 맞아 숨졌다. 루비도 수감 중 암에 걸려 1967년 사망했다.
여기에 중앙정보국 등이 관련 자료를 비밀에 부친 게 음모론을 더 부추겼다. 얼 워런 당시 대법원장이 이끈 조사위원회가 광범위한 조사 끝에 오즈월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내렸지만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다. 오즈월드의 배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게 음모론의 핵심이다. 이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소련, 쿠바, 중앙정보국, 연방수사국(FBI), 마피아까지 각자가 케네디를 제거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오즈월드는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1979년 하원 특별조사위원회는 케네디를 살해하려는 음모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했지만 어떤 사람들이 그런 음모를 꾸몄는지는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 키웠다.
케네디 암살 관련 공문서는 관련 법에 따라 원래는 2017년까지 공개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중앙정보국과 연방수사국이 문서를 전부 공개하면 정보 출처 등이 드러나 안보에 악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전면 공개를 반대하면서 순차적 공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을 연구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중앙정보국이 아직도 내놓지 않은 자료들에 큰 비밀이 숨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백악관은 내년에도 상당량의 문서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중앙정보국은 오즈월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그와 쿠바의 관계를 추적했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을 통해 중앙정보국의 중남미를 상대로 한 비밀 공작도 일부 내용이 드러났다. 중앙정보국은 ‘쿠바는 소련제 무기를 중남미 국가들로 공급하는 통로’라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했고, 쿠바의 발전소와 정유공장 폭파 계획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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