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참패’ 둔촌주공, 미계약 가능성에 떠는 증권사들…내달 만기 PF 채권만 7200억원
서울에서 오랜만에 나온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가오는 내년 1월 미계약분 발생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미계약이 발생하면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주관사로 조달한 7231억원 규모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채권의 차환이 어려워져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의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의 만기는 내년 1월 19일이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의 ABCP와 ABSTB를 7231억원어치 차환 발행했다.
KB증권은 5423억원의 건설사들(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의 사채 발행을 주관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1800억원 규모의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 조달을 맡았다. 금리는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상승했다. 앞서 이 단지의 PF 차환은 주관사를 바꾸는 등 난항을 겪다 만기 직전 발행에 성공했다.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이에 따라 KB증권으로 주관사를 변경했다.
연말 청약 대어(大魚)로 꼽히던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낮은 경쟁률과 가점을 보이고, ‘미계약’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부동산 PF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청약 흥행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1·2순위 청약에서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신청, 1순위 경쟁률은 4.7대1에 그쳤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분양을 받아도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청약통장을 버리더라도 계약을 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청약 포기자들이 나올 경우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게 된다. 만약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이 발생할 경우 시공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곧 둔촌주공 PF 차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금리 인상, 집값 하락기에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가가 다른 인근 신축 단지에 비해 높게 설정된 점도 미계약 발생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29만원으로, 59㎡의 최종 분양가는 9억~10억원선이다.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청약 경쟁률이 시장 기대보다 낮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수 서울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최근 금리 인상 여파에 따라 대다수 아파트 분양가가 내려가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둔촌주공의 경우에도 입지가 좋지만, 인근 신축 대비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계약 미달사태를 배제할 수도 없다”라고 했다.
시장의 시선은 둔촌주공 주관사인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차환 만료일에 몰려 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계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 내달 만기가 도래하는 ABCP, ABSTB 차환 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PF 관련 ABCP 차환이 제때 되지 않으면 신용을 공여한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투입해 차환을 겨우 했던 곳이 둔촌주공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시장 위기 속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사업들은 레고랜드발(發) 사태 이후 위기를 겪고 있다.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정부의 긴급 자금 수혈로 큰 고비를 넘기게 됐지만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우량 국내 대형 증권사의 위기는 중소형 증권사 PF의 위기로 확산하기도 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도 “둔촌주공 PF 채권에 채안펀드가 투입된 이유는 초우량 재건축 사업지인 둔촌주공이 차환에 실패할 경우 여타 사업지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심각성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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