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중앙銀 피봇 '없다'…디플레이션 위험 진행형

신기림 기자 2022. 12. 1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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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분석…"FOMC부터 ECB-BOE까지 인플레 억제 올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과 유럽에서 중앙은행들은 물가 잡기에 올인하며 내년 통화정책의 피봇(pivot, 전환)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모두 0.5%p씩 올리며 앞으로 금융환경이 상당 기간 긴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심지어 침체에 빠져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오르지 못하도록 지긋하게 눌러 놓겠다는 얘기다.

◇연준·ECB·BOE '피봇' 없다…내년에도 물가잡기 총력

로이터통신은 이날 분석기사를 통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정책을 현행대로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되돌리는 일은 없다(no turning back)고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연준부터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까지 세계 경제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앙은행들은 내년 정책 결정을 내리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 대륙의 19개국이 모인 유로존과 섬나라 영국은 침체가 목전이고 미국 역시 내년 침체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결정은 내년 글로벌 경제를 형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환율과 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과 유럽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많이 내리는 실수를 저지르면 필요 이상의 조정(correction)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ECB는 15일 정책성명에서 "에너지 위기, 글로벌 경제 약화, 긴축적 금융환경 속에서 유로존 경제가 이번 분기(2022년 4분기)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ECB는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억누르기 위해 경기하락 위험 속에서도 "지속적 속도로 금리를 상당히 올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올해 마지막 금리인상을 결정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매파적 발언과 일맥상통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 AFP=뉴스1

◇인플레 못 잡고 침체 빠지며 '디플레' 위험

연준, ECB, BOE의 정책 움직임과 메시지는 현재의 긴축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정도로 신용 환경을 옥죄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란은행의 경우 성명에서 "영국 경제가 장기간(prolonged period)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BoE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지속적으로 되돌리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지속적이거나 가팔라지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연준, ECB, BOE 모두 금리 인상폭을 낮추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인상폭을 0.75%에서 0.5%로 낮추며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긴축하며 결국 언젠가 금리인상의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3개 중앙은행은 모두 금리인상을 언제 멈출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의 중단 혹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올해 마지막 정책회의는 이러한 기대감에 완전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주 연준부터 ECB, BOE까지 현재 인플레이션(미국 6%, 유럽 10% 수준)이 확실하게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이전에 금리인상 중단 혹은 금리인하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 인플레이션이 처음에 빠르게 떨어졌다가 중앙은행들의 2% 목표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체된다면 중앙은행들은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금리인상의 대가를 정당화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현재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 최소한 약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연준 역시 새로운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3개월 전 전망보다 0.7%p 낮춘 0.5%로 제시했다. 실업률은 현재 3.7%에서 내년 4.6%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는데 거의 1%p 뛰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장기화하고 중국의 새로운 코로나19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며 세계 경제는 깊은 침체를 견뎌야 할 수 있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아담 슬레이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지금부터 내년 여름까지 상대적으로 약한 글로벌 침체가 있다는 것이 나의 기본적 전망"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가장 즉각적으로 받는 금융과 부동산 시장은 "좀 더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특히 금융과 부동산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정책적 제약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 AFP=뉴스1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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