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아닌 낙타라도 좋다”...전세계 스타트업 몸값 낮추기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2. 12. 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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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분석업체 크런치베이스
올해 투자 70% 급감한 28조원
IPO 임박 스타트업은 더 큰 한파
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 <출처=giphy>
경기 침체 조짐에 스타트업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동반 폭락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15일(현지시각)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액은 올 11월 220억달러(28조7000억원)인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700억달러(91조5000억원) 보다 70% 급감한 수준이다.

크런치베이스의 진 티어 시니어 데이터 에디터는 “2020년 2월 183억달러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코로나 초기 상태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투자를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 라운드는 전년 같은 달보다 3분의1이 줄었고, 초기 투자 단계는 50%, 후기 투자 단계는 80% 이상 감소했다.

투자 건수 역시 감소했다. 2021년 11월 3500개에 비해 올 11월 2000개로 감소했다.

레드포인트의 에밀리 맨 투자자는 “IPO에 근접할수록 자금 조달이 거의 중단된 상태”라면서 “현재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액(위)과 투자건수(아래) <출처=테크크런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가치를 낮춰 투자 유치를 하는 이른바 ‘다운 밸류’ 붐이 일고 있다. 보안관리 스타트업 스닉은 최근 74억달러 기업가치로 2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85억달러에 비해 13% 가치를 낮춘 것이다.

또 뉴욕에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데이터이쿠 역시 기업가치를 46억달러에서 37억달러로 20%를 낮춰 2억달러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비상장 기업은 기업가치가 깎이지 않는데, 자금난이 일자 덩치를 줄여서라도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다.

전통적으로 스타트업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으로 성장했다. 자신만의 가설을 세우고 최소 기능 제품을 출시한 뒤,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맞추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벤처캐피탈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자 받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매출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자를 투자로 보전 받았다. 하지만 자금줄이 말라붙자 기업가치 10억달러를 가리키는 유니콘 대신 낙타와 같은 스타트업 성공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플루언트벤처스의 알렉산드르 라자로 파트너는 앞서 “사막과 같이 열악한 현장에서 물 없이 버텨가면서 자신만의 창의적 방법으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진화하는 스타트업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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