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태광 계열사로부터 2800억 수혈받는 흥국생명
흥국생명, 태광산업, 롯데손해보험, CJ대한통운 外
공시줍줍 에디터들이 직접 선별(PICK)한 기업공시 요약 [공시줍줍 PICK]!
오늘은 채권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흥국생명의 유상증자 관련 소식을 가져왔어요.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에 대한 주주권리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태광산업이 아닌 다른 계열사로부터 자금수혈에 나선 건데요. 앞서 [공시줍줍 PICK] 기사들을 통해 몇차례 관련 내용을 전했는데요. 오늘은 이 내용들을 종합해 정리해봤어요.
태광그룹 계열사로부터 2800억 자금수혈 나선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권,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고 조기상환하는 것) 번복사태로 채권시장을 출렁이게 한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로 유출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수혈을 받기위해 나섰어요.
지난 14일 28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발표한 건데요. 전환우선주 발행규모는 297만1137주, 기존 발행주식의 21.87%에 달하는 규모예요. 전환우선주가 발행 1년 후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물량인데요.
문제는 제3자배정 대상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점. 흥국생명은 비상장회사지만 태광그룹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태광그룹 상장사 주주라면 차후 상황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어요.
먼저 흥국생명의 자본 확충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면요. 2017년 발행한 5억달러(발행당시 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미행사 번복으로 불거졌어요.
보통 영구채는 발행 후 3~5년에 후 돌아오는 콜옵션 행사시기에 맞춰 다른 채권을 발행해 차환하는 방식으로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신규발행할 채권의 금리 부담이 커지자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어요. 콜옵션 대신 기존 영구채 금리에 금리를 일부 더해주는 스탭업을 하는 것이 더 부담이 낮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지 않자 채권시장이 출렁이는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흥국생명이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번복사태가 일어난 거예요.
흥국생명은 앞서 신규 채권을 발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기존의 차환방식이 아닌 빚을 내 갚는 상환방식을 택해야 했고 이에 흥국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자본 규모가 줄어들게 됐어요. 흥국생명은 약 5600억원 규모 영구채 상환을 위해 4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나머지 자금은 흥국생명의 자체 자금으로 해결했어요.
자본으로 일부 인정받았던 5600억원 규모의 영구채가 사라지고 콜옵션 상환 과정에서 흥국생명이 가지고 있던 자본도 일부 빠져나가면서 연말까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가용자본÷요구자본)에 문제가 생겼는데요. 연말 RBC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이상에 미달하게 된 상황. 흥국생명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고 밝혔어요.
흥국생명 관계자는 "시장에서 환매조건부채권 4000억원 상환에 필요한 자금으로 4000억원 유상증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번 유상증자는 연말 지급여력비율 150%를 맞추기 위해 필요한 자본 규모가 2800억원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환매조건부채권 4000억원 상환은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이에요.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새로운 건전성 기준이 적용돼 RBC가 사라지지만 연말까지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라며 "새롭게 시행되는 건전성 기준 역시 자본을 인정받는 것은 비슷한 구조여서 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앞서 언급했듯 문제는 어디서 자금을 끌어오느냐 인데요. 당초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차 참여를 검토했지만 태광산업 주주권리 침해 논란이 일면서 유상증자 참여 계획을 철회한 상태예요.
흥국생명과 태광산업은 계열사로 묶여 있지만 최대주주가 태광그룹 총수인 이호진 전 회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지분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데요. 지분관계가 없음에도 태광산업 이사회가 흥국생명의 자금조달을 돕는 결정을 하는 것은 소액주주를 제외한 총수일가만을 위한 선택으로 결국 간접적으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정이기 때문이에요.
태광산업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이사회에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상법상 신용공여 금지와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부당지원행위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상법상 상장회사가 주요주주나 특수관계인에게 자금지원 성격의 증권매입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계열사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회사가 고가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계열사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앞서 횡령, 배임과 관련한 법적 처벌 이외에도 계열사 부당지원 등과 관련해 이호진 전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았던 만큼 태광그룹은 법적인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이에 흥국생명은 계열사 중 법적인 문제가 없는 유상증자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흥국생명 최대주주는 지분 56.3%를 가지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그리고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로는 상장사인 대한화섬(10.43%)과 비상장사인 티알엔(2.91%)이 있어요. 나머지 지분은 모두 이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요.
비상장회사인 티알엔도 태광산업이 지분 일부(3.32%)를 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 이 전 회장은 티알엔의 최대주주(51.83%)이자 대한화섬의 2대주주(20.04%)예요. 대한화섬 최대주주(33.53%)는 이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티알엔이구요. 결국 흥국생명 지분 대부분이 총수일가 지배 아래 있는 셈이에요.
주주로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인데요. 이를 대신해 계열사들을 내세우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결국 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흥국생명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 등 총수일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그 밖에 모아본 기업공시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5일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1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린다고 공시했어요.
차입금 한도는 말 그대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정한 건데요. 롯데손보는 적정 유동성 유지를 위해 차입금 한도를 넓힌다고 밝혔어요. 3조3000억원은 롯데손보 자기자본의 314%에 달하는 규모예요.
차입 방법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해 단기간 차입하는 방법으로 확보할 예정이에요. RP는 약정 기간 동안 사전에 정한 가격에 다시 되사오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아 자금을 차입하는 방법인데요. 만기가 보통 1~3개월로 짧고 길어도 최대 1년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단기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에요.
-같은 날 CJ대한통운도 단기차입금 차입약정 한도를 늘리는 단기차입금 증가 결정 공시를 냈어요. 기존 800억원에서 5900억원으로 한도를 늘리는 내용이에요.
CJ대한통운은 운영자금과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기업어음 발행 한도와 은행 단기차입 약정 한도를 통해 단기차입 한도를 증액한다고 밝혔어요.
-기성복 생산과 판매사업을 위해 2006년 LG상사에서 분할해 나온 LF는 향후 3년간의 배당정책을 공시했어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의 20%를 배당재원으로 해서 최저 1주당 5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2022년에서 2024년까지 한다는 방침이에요.
-카카오는 임직원 상여금 지급을 위해 자사주 1만355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어요. 처분예정금액은 이사회 결의 전날(12월 14일) 종가인 1주당 5만8700원 기준으로 약 6억원 규모예요.
[오늘 읽어본 공시(공시발표 시각)]
-흥국생명보험,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14일, 17:57)
-태광산업, 조회공시요구(풍문또는보도)에대한답변(부인)(14일, 17:58)
-롯데손해보험, 단기차입금증가결정(15일, 16:59)
-CJ대한통운, 단기차입금증가결정(15일, 16:10)
-LF, 수시공시의무관련사항(공정공시)(17:27)
-카카오,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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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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