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백해무익한 ‘쌀 의무 매입’ 양곡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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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인지 죽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30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를 영향을 분석한 데 이어 최근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병행하는 경우의 효과를 추가로 분석했다.
그러나 양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공급과잉인 쌀 생산이 유지되고 밀과 콩으로의 재배 전환을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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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밥인지 죽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의 결과가 일어나기 전에는 이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정책도 이런 경우가 있다. 특정 정책을 시행해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는 정책을 시행해 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의 효과는 단순히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정책 대상자와의 무수히 많은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을 얼마만큼 넣었고, 물을 얼마만큼 넣었는지, 또 얼마나 오래 끓였는지 등을 잘 따져보면 뚜껑을 열지 않더라도 밥인지 죽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정책의 경우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미리 다방면으로 효과와 부작용 등을 분석해 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 신중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주요 내용은 쌀이 남거나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남는 쌀을 매입하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논에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할 경우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개정안 가운데 미곡(쌀)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에는 정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정부가 매입하는 부분이다.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논에 타(他)작물 재배를 지원하더라도 쌀 공급과잉이 심해져 재정 부담 증가, 쌀값 하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30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를 영향을 분석한 데 이어 최근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병행하는 경우의 효과를 추가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병행하더라도 쌀 공급과잉은 심해지고, 그로 인해 재정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30년 쌀 초과생산량은 63만t이고, 예산은 1조4659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쌀 생산 유인을 증가시키는 시장격리 의무화와 모순되는 생산 감축 정책인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동시에 시행함에 따라 정책의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 의무화로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해짐에 따라 쌀값이 오르지 못하고 현재(18만7000원/80㎏)보다도 낮은 17만∼18만 원/80㎏ 수준에서 정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쌀 공급과잉이 만연한 상황에서는 쌀값 상승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양곡관리법이 법안대로 개정될 경우 쌀값과 농가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쌀 생산이 증가하면 식량안보에는 도움이 될까? 우리나라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국민이 먹고도 남을 만큼 생산되는 쌀 생산을 늘리는 게 정도(正道)가 아니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밀과 콩 등의 생산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양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공급과잉인 쌀 생산이 유지되고 밀과 콩으로의 재배 전환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쌀은 우리 농업인의 절반 이상이 재배하고 있고,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식량안보의 핵심 품목이다. 이처럼 쌀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민경제에도, 쌀산업과 농업인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양곡관리법을 개정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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