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경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출 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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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낡은 화물선이 거센 바닷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지금은 우리가 최대한의 역량을 결집해서 대한민국의 수출 활력을 다시 끌어올릴 때다.
돌아보면, 우리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수출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성장의 근간이 돼 온 수출이 새롭게 도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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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열 코트라 사장
1948년, 낡은 화물선이 거센 바닷물을 가르며 나아갔다. 대한민국 수출의 시초(始初)였다. 그 배에는 오징어와 한천이 가득했다. 수출 그 자체가 한낱 꿈이었던 때였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불과 반백 년만의 개방과 통상으로 올해 6800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눈앞에 둔 수출 대국으로 거듭났다. 온 국민이 끊임없이 수출 상품을 개발하며 달려온 결과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일찍부터 무역에서 경제 성장의 활로를 찾아왔다. 따라서 대외 여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의 수출이 영향을 받는 이유다. 이런 때일수록 외부 변수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더 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다양한 이슈로 인해 국제 정세가 복잡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무역과 산업의 블록화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은 우리가 최대한의 역량을 결집해서 대한민국의 수출 활력을 다시 끌어올릴 때다. 그러기 위해서 해외시장의 큰 변화를 읽어내 권역별·시장별로 효과적인 진출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중동·중남미·유럽 시장은 우리 수출의 새로운 격전지다. 특히,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다. 정상 경제외교 성과와 연계해 에너지·인프라 분야에 진출할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이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는 중남미 시장도 유망하다. 중남미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핵심 광물 공급망 등 협력망을 강화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시장이다. 최근 방산과 원전 분야 수출 논의가 활발한 유럽 시장도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하고 빠르게 공략할 때다.
수출의 57%를 차지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미국·중국 시장도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집중된 수출을 아세안 전역으로 넓히고, 거센 한류 열풍을 활용해 소비재와 서비스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미국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통상 현안에 귀를 열어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대응하고, 중국에는 고령층 증가와 영유아 감소 추세에 따라 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주목할 때다.
또한, 전 지구적인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주목하면 기회가 보인다. 탄소중립과 디지털 경제 전환이 그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행 확대는 이제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탄소중립 관련 시장을 반드시 선점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각국의 디지털 경제 전환도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산업과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정보통신(IC) 강국 대한민국은 디지털과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다. 세계 주요국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려고 하는 이유다.
여러 수출 지원 기관들이 협업해 기업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팀 코리아’ 방식도 시너지 효과가 크다. 한류박람회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0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박람회에선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류 스타와 함께 K-팝을 열창했고, 우리 기업인들은 바이어와 열띤 수출 상담을 했다. 혼자라면 불가능한 일도 함께하면 쉽게 가능해진다.
최근 있었던 무역의날 행사에 모인 기업인들은 더욱더 튼튼한 무역 강국을 향해 도전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돌아보면, 우리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수출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성장의 근간이 돼 온 수출이 새롭게 도약할 때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수출로 돌파구를 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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