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인물 10인…기후위기·코로나19 연구자 선정
지난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중저소득 국가에 선진국들이 보상을 해주는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마련이 합의됐다. 중저소득 국가를 대변하고 쉽지 않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선정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3년째 유행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를 예측하고 장기 후유증 연구를 지속한 과학자들도 올해의 인물에 꼽혔다.
'네이처'는 2022년 한 해 동안 놀라운 과학적 성과나 중요한 정책 발전에 기여한 올해의 인물 10명을 선정해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 전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 기후변화가 가져온 불평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이들
올해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남반구에 위치한 중저소득 국가였다. 파키스탄에서는 올 여름 국토의 3분의 1이 잠기는 대홍수로 1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홍수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
올해의 인물로 꼽힌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9월 파키스탄의 참혹한 현장을 둘러본 뒤 "세계가 파키스탄을 돕는 것은 관대함이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며 "기후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불평등은 선진국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피해를 중저소득 국가가 입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에 대한 선진국들의 약속을 따내는 데 일조한 살리물 훅 국제기후변화발전센터(ICCCAD) 소장도 네이처 선정 올해의 인물에 꼽혔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그는 10년 넘게 손실과 보상 문제를 전세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과 기후변화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 스비틀라나 크라코프스카 우크라이나 기상연구원 응용기후학연구소장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이 막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수출에서 비롯됐고 러시아가 수출한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전쟁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줬고 전쟁에 도움을 준 화석연료가 기후변화도 유발했다는 주장으로 모든 게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러-우크라 전쟁이 있게 한 뿌리는 결국 화석연료"라며 "우리가 항복하지 않는 것처럼 세계가 기후를 회복하는 미래 건설에 항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코로나19·M두창 등 공중보건에 기여한 과학자들 선정
3년째 전 세계에 유행 중인 코로나19와 M두창 등 감염병에 대한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쓴 과학자들도 올해의 인물에 꼽혔다. 윤룽 카오 중국 베이징대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의 진화를 추적하고 돌연변이를 예측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 9월에는 오미크론 하위변이(BA.2.75.2)가 이전까지 볼 수 없던 면역 회피 능력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의미하는 '롱코비드' 환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자체 연구 조직 '환자 중심 연구 협력(Patient-Led Research Collaborative)'의 창립멤버 리사 맥코겔도 주목받은 올해의 인물이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일상에 지속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장기 영향을 연구해 오고 있다.
디미에 오고이나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대 교수는 M두창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M두창은 원숭이두창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으로 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이다. 올해 5월부터 풍토병 지역이 아닌 유럽과 북미 등에서 감염 사례가 이어지며 유행 중이다. 오고이나 교수는 2017년부터 M두창을 연구하며 바이러스가 성적 접촉에 의해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이밖에 네이처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연구자들도 올해의 인물에 꼽았다. 무하마드 모히우딘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 교수는 올해 1월 돼지의 심장을 심장병 말기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종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한 첫 사례로 환자는 두 달간 생존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발사에 기여한 제인 릭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임스웹 운영 프로젝트 담당 연구원도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JWST는 해왕성 고리를 33년 만에 관측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책에 관여한 인물들도 눈에 띈다. 알론드라 넬슨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과학정책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는 낙태가 여성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지 않는다며 최근 미국에서 화두인 낙태금지법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바 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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