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자낀 전세’에 ‘내용증명’도 빈번… 新전세난에 新풍속도

조은임 기자 2022. 12.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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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찾기가 별따기'인 새로운 역전세난 시대를 맞아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들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전세에 융자를 낀 대신에 값을 1억원 이상 낮춘 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전세보증금을 받기 위해 만기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도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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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구하기 별따기인 ‘신전세난’
채권최고액+전셋값, 시세 70~80%면 ‘위험’
세입자 “보증금 제 때 돌려달라” 내용증명도

#2년전 서울 동작구에서 전용 59㎡ 아파트를 7억원에 전세로 임대한 A씨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입자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금을 5억5000만원까지 낮췄지만 문의 한 통이 없어서다. 최근에는 고민 끝에 융자 1억원을 끼고 4억5000원으로 최저가로 다시 매물을 내놨다. A씨는 “집값이 10억원선이라 1억원 정도의 융자는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일단 보러오는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해서 값을 대폭 낮춰봤다”고 했다.

#경기 과천의 한 신축 아파트 전용 84㎡에 2년 전 12억원을 주고 전세를 들어와 있던 B씨. 만기일이 다가오는 시기에 전셋값이 크게 내리면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사갈 집을 구했지만, 막상 지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현 집주인은 집을 내놓았으니 일단은 기다려보라는 입장이다. 결국 B씨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해 ‘만기일에 반드시 돈을 내어 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11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연합뉴스

‘세입자 찾기가 별따기’인 새로운 역전세난 시대를 맞아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들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살 집을 찾기가 어려웠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세에 융자를 낀 대신에 값을 1억원 이상 낮춘 매물이 나오는가 하면 전세보증금을 받기 위해 만기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도 잦아졌다. 모두 전셋값이 가파르게 내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16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거래된 전세 매물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보다 싼 값에 계약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021년 6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전세 거래 중 동일 단지 내 같은 면적에서 신규·갱신 전세계약이 1건 이상 체결된 4200건의 사례를 분석할 결과 신규 계약 기준으로 2022년 평균 전세가격이 2021년보다 낮아진 경우는 총 2538건 이었다. 전체(4200개)의 60.4%를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만기가 온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보증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들은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 수도권 일부에서는 절반 가까이 전세가격이 떨어진 터라 차액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떨어진 가격의 일부를 융자로 남기고 싸게 전세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경우 근저당권의 채권 최고금액과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해당 아파트 현 시세의 70~80%를 초과하면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A씨의 경우 통상 대출금의 110∼120%로 잡히는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고려하더라도 대출금(1억원), 전셋값(4억5000만원)이 크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전셋값은 한주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여타 매물보다 확실하게 싼 경우에는 융자가 위험한 수준만 아니라면 찾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전세가격이 저렴해져 세입자들은 선택권이 넓어졌지만, 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거주하던 집에서 나가는 경우 보증금을 제 때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과거 전셋값이 폭등하던 시기에는 세입자가 만기일에 나가지 않을까봐 집주인이 퇴거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반대의 사례가 적지 않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 때 달라고 독촉하는 용도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내용증명 발송을 고민하는 경우 글이 상당수 올라와있다. “집주인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을 내놓았는데 나가지 않고 있다. 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 “한달 전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만료일자에 보증금을 달라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의 경우는 전세로 임대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전셋값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세입자들은 등기부등본 등을 꼼꼼히 살펴본 다음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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