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Southern Hospitality와 비즈니스 대화
비교적 못살고 노예로 박해 받던 남부 사람들에게 왜 그런 인간적인 Southern Hospitality가 생겼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지,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의 여행작가나 언론인들이 여러가지 근거로써 추측한다. 그 중의 하나가 남부는 아직도 종교적 영향이 강한 바이블 벨트(Bible Belt) 지역이고, 그 곳 사람들은 성경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 인의 일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종교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 잡지 기사에서 Southern Hospitality로 표출되는 여섯 가지 덕목을 공손(Politeness), 친절(Kindness), 홈 쿠킹(Good Home Cooking), 자발적 도움(Helpfulness), 매력(Charm), 그리고 자선(Charity) 이라고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건물에 들어갈 때 남부인은 문을 잡고 다음 사람을 기다려 주며, 낯선 사람에게도 ‘Sir 또는 Madam’이라는 경칭을 자주 쓰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를 멈추고 양보하는 등의 구체적 행동들이 그 예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도 그들의 느린 사투리와 행동에 Southern Hospitality는 충분히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느린 말과 행동은 더운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여섯 가지 덕목 중, 미국인과의 비즈니스 미팅이나 대화할 때 꼭 본 받고 유지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공손과 친절이다. 이 두 가지는 비즈니스 매너의 기본 바탕이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매너의 시작은 ‘시간 약속 지키기’이다. 미국 비즈니스 맨들이 가장 확실하게 믿는 것은 벤자민 프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라는 금언이다. 미팅 약속 시간보다 5분이상 늦으면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불쾌감이 생기고 신뢰가 저하되기 시작한다.
그 다음 비즈니스 매너는 웃으며 악수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악수는 자신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얼굴에 미소를 띠는 것은 당신을 해칠 의도 또한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수단에서 유래되었다는 그럴 듯한 분석도 있다. 악수 할 때 주의할 점은 오른 손을 힘없이 헐겁게 잡지 말고, 손을 약간 위 아래로 흔들되 과도하게는 하지 말 것, 시작할 때 시선은 상대방의 눈에 우선 맞추고, 그 다음 손을 잠시 보고 다시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악수를 끝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명함 교환 시에도 잠깐 방심하면 공손함을 잃어 무례로 비쳐지는 경우가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 실수로 명함을 지참하지 않았거나 가져온 명함이 부족한 경우에 못 준 상대방에게 우선 양해를 구하고 추후에 반드시 이멜이나 우편으로 명함을 보내 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명함을 받자 마자 바로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는 행동, 명함에 누가 최고 책임자인지 등을 메모하는 것, 받은 명함을 탁자에 아무렇게나 놓고 나가는 행위 등은 무례의 극치이다. 명함은 자신과 소속 조직의 얼굴이며 표현인 만큼 조심해서 공손하게 주고 받아야 한다.
명함의 역사는 아주 길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고대 중국에서는 대나무 조각에 이름을 써서 명함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 후 종이가 발명되자 시대에 따라 명자(名刺), 명첩(名帖), 명편(名片) 등으로 불렸으며, 그 기능은 주로 고관대작의 집을 방문하여 만나기 전에 하인을 통해 ‘어디 출신, 무슨 관직의 아무개가 만나기를 청한다’라는 뜻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명함의 기능은 지금도 같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업무상 미팅이 아닌 경우에는 명함을 교환하지는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따라서 우연히 음식점이나 골프장에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첫 통성명을 하는 경우에는 굳이 명함을 주지 않아도 된다.
브라질에서 큰 부자들은 어지간해서는 명함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신분과 주소, 전화 번호 등이 노출되어 유괴, 납치 등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명함에는 달랑 이름만 있고 회장/사장 등의 타이틀이 안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절대로 명함을 왼손으로 주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 자존심 강한 인도인은 명함 받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왼손은 더러운 손, 오른손은 깨끗한 손이라는 인도 문화는 꼭 존중해 줘야 한다. 인도 고위 공무원들은 명함의 이름 뒤에 ‘I.A.S.’라고 표시한다. 이는 ‘Indian Administrative Service’의 약자로 아주 어려운 행정고시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표시하는 것이다. 경찰고시 출신은 ‘IPS’라 표시한다. 어느 나라이든 명함은 자부심의 표현이다.
한국인이 미국인들과 비즈니스 미팅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아이 컨택(Eye Contact), 즉 ‘눈 맞춤’이다. 보통 미국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눈 대화’를 한다. 만일 상대방이 내 눈을 안 쳐다보면서, 특히 눈을 아래로 내리 깔고 이야기 하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미드를 보면 중대한 대목에서 “내 눈을 똑 바로 쳐다보며 말해”라고 소리치며 상대방이 거짓말 못하도록 눈으로 제압하는 광경이 종종 나온다. 미국 사람 중에서도 소심한 사람이나 주의가 산만한 사람은 아이 컨택이 대화 시간의 10% 이하까지 떨어지지만, 평균적으로 눈맞춤 시간은 총 대화 시간의 60% 이상임을 알아야 한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대화를 이어 나가려면 의식적이라도 눈에 힘을 주고 상대방의 눈을 지속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물론 온화한 미소와 경우에 따라서는 존칭을 사용할 줄 아는 공손한 언어는 늘 유지해야 한다.
아이 컨택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장황하게 들리는 미국인의 지루한 설명에서 무엇이 요점인지 빨리 파악해 내는 것이다. 미국에 처음 가서 중학생 딸의 역사 교과서를 보고 놀랐다. 한국에서 의과 대학생이나 들고 다니는 크고 두툼한 칼러판의 원서(原書) 같았다. 그렇게 많은 페이지의 교과서를 빨리 읽고 요점을 파악하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역사 수업이다. 그런 식으로 미국인들은 정규 학교에서부터 많이 빨리 읽고 말하는 방법을 훈련 받았다.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미국인의 설명은 장황하지만, 요점과 결론은 초반에 다 나오는 두괄식을 주로 쓰므로 상대방이 말을 시작하는 초반에 주의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동양 그 중에서도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말은 매우 함축적이다. 거기에다가 말로 하는 대화는 전체 커뮤니케이션에서 일부분만을 차지하니 눈치껏 화자(話者)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 내야 한다. 즉 주변 정황과 문장의 맥락에서 많은 것을 해석해 내야 한다. 그래서 동양은 ‘고 맥락 언어 사회(High Context Society)’이고, 반대로 서양은 자세한 설명과 직설적 표현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저 맥락 언어 사회(Low Context Society)’라 한다. 중국과 한국 불교의 참선은 말과 문자 만으로 완전히 깨우치는 것은 안되니 명상하여 스스로 깨달으려는 고 맥락 언어의 한 해독 방법이다. 특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등 선승들의 선문답은 ‘슈퍼 고 맥락 언어’이다. 반면 서양 삼단논법의 논리학이나 모세의 십계는 쉬우면서 아주 명확한 저 맥락 언어의 전형을 보여준다. 대그룹의 회장이 갑자기 비서에게 “김 상무 오라고 해”라고 고 맥락으로 짧게 지시하지만, 비서는 그룹 내 수많은 김 상무 중 어느 회사, 어느 부문의 김상무인지 빨리 판단해 낸다. 그만큼 우리는 고 맥락 언어 문화에 길들여져 있으므로 저 맥락 언어 문화에 가서 회의하면 지루해 하다가 요점과 결론을 놓치기 쉽다.
미국인들과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공손하게 경청하고, 친절하고도 명확한 표현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요점만 간단히 말했으니 저쪽에서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라는 자기 위주의 공손치 못한 생각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뒷걸음치게 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언제든지 자발적으로 도와주려는 Southern Hospitality의 태도를 견지하고 비즈니스 대화에 임해야 한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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