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빌런에서 히어로 될까…암호화폐 상승 이끌 키워드 4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테라·3AC·셀시어스·FTX 파산 등 암호화폐 시장만의 악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가격과 함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암호화폐 겨울’을 맞아 기업들은 대규모 정리 해고를 실시하고 있다. 코인베이스·갤럭시디지털·크라켄·크립토닷컴·바이빗 등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은 대략 10~30% 내외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DCG그룹, 암호화폐 시장의 오랜 뇌관이었던 테더, 이더리움의 증권성 이슈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기가 남아 있다.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인 것을 보면 시장 사이클의 저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이 팽배할 때 약세장이 시작되고 비관론이 팽배할 때 강세장이 시작된다. 지금이 최저점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20년 형성된 사이클이 2021년 강세장과 2022년 약세장을 거치며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가 있다. 다음 사이클을 이끌 시장의 기폭제는 무엇일까.
#1 Fed 금리 인상 속도 둔화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는 암호화폐 시장뿐만 아니라 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최근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6월부터 11월까지 4차례 0.75% 자이언트 금리 인상 이후 0.5%로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 시장은 2023~2024년에는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고 심지어 금리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암호화폐는 주식보다 민감도가 높은 투기성 자산군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 속도 둔화가 본격화된다면 가장 먼저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술주 이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테라와 FTX처럼 암호화폐 시장에 제한된 악재가 추가적으로 터지지 않는 이상 2023~2024년이 2022년보다 나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이유다.
#2 중국과 러시아의 암호화폐 수용
한때 암호화폐 시장의 메카였던 중국은 거래소와 채굴을 금지시키면서 헤게모니를 미국에 완전히 넘겨 줬다. 그런데 최근 홍콩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홍콩 정부는 2022년 10월 성명서를 발표, 암호화폐를 적절한 규제로 수용할 것을 시사했다.
해당 성명서에는 암호화폐·상장지수펀드(ETF)·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웹3 등 복수의 암호화폐 관련 키워드가 다수 등장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시아의 암호화폐 허브는 싱가포르였지만 FTX 사태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다소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의 암호화폐 수용 행보는 중국이 홍콩을 활용해 다시금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러시아는 크립토 채굴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국가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발언한 바 있다.
“크립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이 정부의 규제 관할권 밖에서 순환한다는 것이다. 수십억 루블만큼의 세금이 새는 셈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암호화폐 수용은 미국 달러 중심의 헤게모니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미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것보다 제도권으로 포섭하고 규율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과연 미국과 반미 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간 팽팽한 지정학적 긴장 관계 속에서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3 엘론 머스크, 크립토 히어로일까 빌런일까?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암호화폐업계의 히어로로 급부상했다. 테슬라는 1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며 암호화폐 시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테슬라는 비트코인 채굴 에너지 이슈를 들며 결제를 중단했고 일부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머스크 CEO는 도지 파더를 자처하며 기묘한 언행을 했다. 이를테면 바보 같은 분장을 하고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도지 코인을 자주 언급하는 것과 같은 일 말이다. 암호화폐업계는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업계에서 머스크 CEO의 역할은 순식간에 히어로에서 빌런으로 바뀌었다.
머스크 CEO는 크립토를 단순히 장난감 취급하는 것일까. 아니다. 필자는 머스크 CEO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머스크 CEO가 최근에 인수한 트위터는 크립토 대중화를 견인할 잠재력이 있다. 실제로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SNS가 아니라 결제 기능이 탑재된 슈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고 싶어하고 크립토는 결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이렇게 발언한 적이 있다.
“법정 화폐 시스템이 악화될수록 암호화폐는 성장할 것이다. 트위터가 법정 화폐와 암호화폐 결제를 지원하는 것은 쉬운 결정 문제다.”
머스크 CEO가 경영하고 있는 테슬라·스페이스X·트위터는 모두 직간접적으로 암호화폐와 연관이 있다. 암호화폐에 투자했거나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여전히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고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하고 있다.
트위터는 결제 사업을 모색하고 있고 스페이스X는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도지코인 역시 머스크 CEO가 운영하는 회사들의 결제 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류를 화성에 이주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이 천재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감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머스크 CEO는 암호화폐를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에서 사용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머스크 CEO가 암호화폐업계 내에서 빌런에서 히어로로 바뀌는 순간, 시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4 대기업들의 웹3 채택
과거 사이클과 이번 사이클이 달랐던 점 중 하나는 시장 참여자의 저변이 대기업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견고한 고객군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웹3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직간접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웹2 플랫폼 기업과 게임 기업들은 자체 유틸리티 토큰을 발행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위메이드(위믹스), 넷마블(마블엑스), 카카오 게임즈(보라), 컴투스(엑스플라), 네오위즈(인텔라 X) 등 한국 게임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또한 피델리티·블랙록·골드만삭스·JP모간 같은 미국 금융사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 것 역시 인상적인 트렌드다.
한편 자체 유틸리티 토큰을 발행하지 않더라도 NFT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는 대기업도 많다. 스타벅스·레딧·아디다스·나이키·신세계·롯데·이마트 등등. 웹 2 대기업들은 웹3 커뮤니티를 끌어들여 자사 제품을 홍보하거나 고객 이탈을 막는 목적으로 NFT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폴리곤과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웹2 대기업을 온보딩하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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