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김정일, 뇌졸중 이후 죽음은 정해진 수순이었나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2022. 12. 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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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11년, 그의 죽음 전후를 짚어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내일(12월 17일)이면 11년이 됩니다. 올해는 북한이 중요하게 기념하는 5년 단위,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는 아니지만,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사망을 추모하는 기사들을 꾸준히 내보내고 있습니다.
 

김정일,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마비 증세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김정일이 얼마 동안이나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는 없으나, 김정일은 깨어난 뒤 몸의 상당 부분에 마비가 오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습니다.
 
김정일의 동정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보도는 한동안 중단됐다 2008년 10월부터 재개됐는데, 신빙성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은 11월 초부터였고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9년 4월이었습니다. 2009년 4월 초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조선기록영화'는 김정일의 2008년 하반기 모습을 담고 있는데, 2008년 8월 초까지만 해도 건재하던 김정일에게 11월 들어 왼손과 왼발에 마비 증세가 나타난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왼손 마비로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김정일(2008년 말)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3년여 만인 2011년 12월 17일 사망했습니다. 북한은 이 내용을 이틀 뒤인 12월 19일 공개했는데, 조선중앙TV는 19일 오전부터 낮 12시에 특별방송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뒤 김정일 사망을 발표했습니다. 사망 소식을 전한 북한의 리춘히 아나운서는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100(2011)년 12월 17일 8시 30분에 현지 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몇 년이 지난 데다가 북한이 오전부터 이례적으로 특별방송을 예고했기 때문에, 북한에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 가운데서도 김정일 사망을 예측했다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마비 증세를 보이며 현지 지도를 하는 김정일의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익히 보아온 만큼,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특별방송을 예고했다면 김정일의 생사와 관련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었습니다.
 

북한 발표 때까지 ‘김정일 사망’ 인지 못 했던 우리 정부

하지만, 당시 정부는 김정일의 사망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기까지 우리 정부가 사전에 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비판입니다.
사실, 저도 당일 오전 북한의 특별방송 예고를 듣고서도 처음에는 ‘김정일 사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일부에 몇 년째 출입하며 북한 문제를 담당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북한 관련 공부도 해 왔던 터였지만, 당시 저는 김정일이 벌써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짧은 지식과 경험의 한계에서 비롯된 잘못된 판단이었지만, 당시 그렇게 판단했던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뇌졸중 후유증에서 거의 벗어났던 김정일... 그러나

김정일이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마비 상태로 공개 활동을 시작한 뒤, 저는 조선중앙TV에 김정일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빼놓지 않고 영상을 모니터했습니다. 북한 TV를 보는 것이 원래 제 업무이기도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반신불수 상태로 나타난 상황에서 TV에 나타난 김정일의 모습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김정일은 2008년 11월 왼손과 왼발 등 몸의 왼쪽 부분 마비 상태가 심각했지만, 갈수록 조금씩 마비가 풀리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전반적으로 마비 증세가 있는 상황에서도 난간을 잡고 조금씩 왼발을 이용해 걷는다든가 양손을 들어 잠시 박수를 치는 모습 등이 포착됐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김정일의 몸 상태는 더 좋아졌습니다.
 
2010년 12월 29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일이 2010년 9월부터 11월까지 현지 지도한 영상들을 모아 기록영화를 방송했는데, 여기에서 김정일이 왼손을 들어 문을 여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기록영화를 보면, 김정일은 2010년 10월 초 평양 대동강변에 새로 지어진 예술인 아파트를 방문했는데 오른손으로 옷장을 연 뒤 왼손을 올려 반대편 문도 열었습니다. 왼손을 들어 올리는 것뿐 아니라 왼손의 힘으로 옷장 문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왼손의 마비가 풀린 것입니다.
왼손을 들어 옷장 문을 연 김정일(2010년 10월)

2011년 2월 14일 방송된 조선기록영화에서는 김정일의 왼발 마비가 상당 부분 풀린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일이 2010년 11월 현지 지도한 영상들을 기록영화로 방송했는데, 11월 25일 현지 지도한 평양무용대학에서 김정일이 왼발을 축으로 해서 오른발로 바닥을 탕탕 치는 모습이 나온 것입니다. 왼발을 축으로 지탱해서 오른발을 움직인다는 것은 왼발에 힘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마비가 상당히 풀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2년 반이 지나면서 왼손에 이어 왼발까지 김정일의 마비 증세는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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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북한전문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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