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준비하던 식품벤처, 맞춤 시장조사로 미국 수출 100만불 계약 쾌거

박정민 기자 2022. 12. 16.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진영(오른쪽) 디네이쳐바이오랩스 대표가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네이쳐바이오랩스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맞춤형 해외시장 조사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미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김호웅 기자
박소현 코스모지 대표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식품박람회 한국관 부스에서 방문객들에게 자사 제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코스모지 제공

■ 농식품부 - aT, 수요자 중심 ‘무료 수출지원’ 사업

수출희망국가 · 품목 지정하면

시장 경쟁력 · 소비자 분석 착수

해외 네트워크로 면밀히 비교

최대 3건 컨설팅 보고서 제공

건강기능식품 판매 벤처기업

조사 신청 뒤 작년 수출 계약

막걸리 키트 제조 1인 기업도

亞 · 유럽에 1만달러 규모 판매

“1인 벤처기업이어서 해외 시장조사는 엄두도 못 냈는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전문가들이 저희에게 맞는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준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제품 수출을 추진할 수 있었어요.”

박소현 코스모지 대표는 자사의 전략상품인 막걸리 키트의 수출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던 때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막걸리 키트는 물을 붓고 하루 반나절 발효시키면 곡물 재료가 발효돼 막걸리로 변해 집에서도 막걸리를 빚어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막걸리의 유통과 보관이 까다롭다는 단점을 극복했다. 아직 글로벌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전통주 막걸리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품을 해외에 내놓는 자체가 박 대표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해선 해당 지역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가 필수다. 1인 벤처기업이다 보니 복잡한 절차에 해외 진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농식품부와 aT가 제공하는 ‘맞춤형 해외시장 조사’를 통해 이런 난제를 손쉽게 해결했다. 박 대표는 “무료로 해외시장을 조사해주는 수출지원사업에 처음 참여하게 됐는데, 조사 전 사전인터뷰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는 막걸리의 주조법부터 생소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미국의 양조 문화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조사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막걸리 맞춤형 조사 덕분에 일반적인 해외시장 조사가 아닌, 구체적이고 질 높은 정보를 제공 받아 9월 영국 런던 박람회에도 참여해 바이어들과 접촉하고 수출도 성사됐다. 독일, 영국, 캄보디아에 총 1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서른 살 젊은 벤처기업인에겐 해외 진출을 위한 사전 시장 조사가 엄청난 장벽이었지만 농식품부와 aT의 도움으로 극복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수요자 중심 현장조사, 걸음마 수출기업에 큰 힘 = 농식품부와 aT가 제공하는 맞춤형 해외시장 조사는 이처럼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소 수출기업에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해외시장 개척 및 확대를 준비하는 농식품 수출기업에 맞춤형 해외시장 정보를 aT의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정보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농식품 수출기업들은 수출희망 국가 및 품목을 지정하고 필요한 보고서 유형을 선택하면 추후 해당 정보를 보고서 형태로 제공 받는다. 업체별로 최대 3건, 상품분류 코드(HS 코드) 기준으로는 2개 품목 이내에 한해 가능하다. 앞서 농식품부와 aT는 농식품 수출기업에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했지만 각 기업이 원하는 정보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요자 중심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개선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막걸리 키트’도 한국에선 곡물가공식품으로 HS 코드를 받았지만 물을 붓고 시간이 지나면 술(알코올)이 되기에 통관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다. 막걸리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미리 파악하지 않고 수출을 추진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개별 기업들이 가진 애로를 맞춤형 해외시장 조사가 해소해주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에너지 드링크를 생산·판매하는 디네이쳐바이오랩스 역시 맞춤형 조사의 혜택을 본 기업이다. 디네이쳐바이오랩스는 미국 수출을 준비하며 최종 수출 판매가격 설정과 타깃 소비자층 확립을 위해 2021년 수출기업 맞춤형 조사를 신청했다. 미국 경쟁력분석형, 소비자조사형 보고서를 지원받았다. 보고서 내용 중 수입유통업체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현지 인기 경쟁제품 소비자가격 정보와 고객사 제품 예상 타깃 소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경쟁제품의 100㎖당 가격 분석 내용과 바이어의 기존 제품 구상 가격 비교를 통해 자사 제품인 에너지 드링크 ‘BANANO-E’의 최종 수출판매가를 설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21년도에는 40ft 컨테이너 FCL 선적 수출계약을 체결해, 약 7만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전문가의 꼼꼼한 조사와 네트워크로 수출 지원 = 수출기업 맞춤형 조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다. aT의 수출전략처 수출정보분석부는 △업체들이 지목한 수출희망국가의 품목에 대한 시장분석(Type A) △해당 품목의 시장 경쟁력 분석(Type B) △현지 시장의 소비자 분석(Type C)으로 크게 나눈 뒤 세부적으로 다시 파악한다. 시장분석의 경우 시장현황(규모·수출입 통계), 트렌드(정책·규제, 식문화, 소비, 유통 등), 유통채널(유통구조, 온라인 유통채널 분석), 진입장벽(통관절차, 인증, 라벨링, 유해물질), 업계 관계자 인터뷰(제품 시장성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수혜기업은 이런 세부사항 중 4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선택된 정보에 대해 aT의 전문가들이 데스크 리서치나 해외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정보조사에 착수한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및 국가별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필요할 경우 유료로 정보를 구매하기도 한다. 조사 대상국가의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발표한 정책, 통계 등 자료수집도 필수다. 현지조사업체나 해외 네트워크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우리 농식품 기업의 경쟁제품이나 유통채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전문가 자문(검역·통관, 관세율 등에 대한 관세법인 자문 등)은 물론 수요처 반응조사를 위한 현지 바이어 인터뷰나 소비자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이 같은 꼼꼼한 조사과정을 통해 나온 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비장의 무기’가 된다.

프로그램의 도움을 원하는 농식품 수출기업은 먼저 수출 종합 지원시스템을 통해 사업을 신청하면 된다. 이후 aT에서 조사가능 여부를 검토해 지원기업을 선정하고, 조사가 이뤄진다. 제공 받은 조사 보고서에 대해선 보완 조사를 통해 사후 관리도 받을 수 있다. 보고서 1건 당 평균 1개월의 조사 기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기운도 aT 수출전략처장은 “정보 수요자의 니즈에 맞게 맞춤형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해외시장 개척을 준비하는 우리 수출기업과 농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해외시장 정보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수혜기업 디네이쳐바이오랩스 최진영 대표

“꼼꼼한 보고서 받고 ‘승산 있다’ 확신 … 美 아마존 쇼핑몰까지 진출했어요”

“국가대표 선수들이 먹는 ‘건강한’ 에너지 드링크로 미국 월마트·코스트코 등에도 진출할 겁니다.”

최진영 디네이쳐바이오랩스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시행 중인 ‘수출기업 맞춤형 조사’의 대표적 수혜기업이다.

디네이쳐바이오랩스는 미국 수출을 준비하며 최종 수출 판매가 설정과 타깃 소비자층 확립을 위해 2021년 수출기업 맞춤형 조사를 신청했다. 보고서 내용 중 수입유통업체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현지 인기 경쟁제품 소비자가격 정보와 고객사 제품 예상 타깃 소비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또 경쟁제품의 100㎖당 가격 분석 내용과 바이어의 기존 제품 구상 가격 비교를 통해 자사 제품 ‘BANANO-E’(에너지드링크/음료)의 최종 수출판매가를 설정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21년도에는 40ft 컨테이너 FCL 선적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약 7만 달러 수출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저희 같은 중소기업들은 브랜드를 키우는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고 해외 진출은 더욱 버겁다”며 “미국의 온·오프라인을 통한 시장 마케팅을 전개하는 데 맞춤형 조사 도움이 매우 컸다”고 밝혔다. 사실 단가를 정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이미 글로벌 브랜드인 ‘레드불’ ‘몬스터’와 같은 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현지인들이 과연 적정한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aT의 맞춤형 조사는 이 같은 디네이쳐바이오랩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준 셈이다.

디네이쳐바이오랩스의 제품은 올해도 맞춤형 조사 사업을 통해 해외시장 정보를 지원받고 있다. 현재 미국 ‘H-MART’ 50개 매장에 입점한 상태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2024년까지 150만 개 이상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최 대표는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들이 먹는 에너지 음료여서 배드민턴 인기가 많은 동남아에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며 “내년에는 미국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홍콩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