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태풍]'관치' 소용돌이 속 붕 뜬 우리금융

노명현 2022. 12. 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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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DLF 중징계 취소 확정에도 향방 불투명
민영화됐지만…외부인사 거론에 분위기 '뒤숭숭'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금융권 수장 인사 태풍의 핵이다. 신한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등에서 연임이 유력했던 현직 회장들이 잇달아 물러나면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한 대상도 라임 펀드 사태로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은 우리금융지주 손 회장이었다.

이미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거취를 두고 안팎의 다양한 인물들을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올리고 있다. 굵직한 관료 출신도, 정부와 인연이 있는 금융권 및 내부 인사들도 거론된다. 그러다보니 올해 연말 우리금융 내부는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외풍 소용돌이 속 수장 인선을 둔 혼란은 작년 말 이룬 '완전 민영화'가 무색할 정도다.

손태승 DLF 승소했지만…

손태승 회장은 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손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징계를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손 회장을 둘러싼 DLF 징계 관련 불확실성은 사라졌다. 

대법원이 DLF 징계 관련 손태승 회장 손을 들었음에도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 손 회장은 지난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업무 일부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 상당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중징계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요구'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언급했다.

또 DLF와 라임펀드 중징계 사유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DLF 손실 사태는 내부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징계 근거였다. 이와 달리 라임펀드 사태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것으로 징계의 법령 근거가 다르다. 손태승 회장이 라임사태 중징계에 부담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법적리스크 벗은 손태승…연임할 수 있을까(12월15일)

금융권에선 라임사태에 대한 금융당국 입김이 인사에 영향을 주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새 인물로 교체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라임사태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손병환 회장 대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세우며 정부와의 협력 노선을 택했다. ▷관련기사: [금융권 인사 태풍]라임 후폭풍일까, 관치일까(12월14일)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16일 올해 사업 결산을 위해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손 회장 거취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 민영화 이뤘지만…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의 오랜 숙원인 완전 민영화를 이끌어냈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초대 회장을 맡았고,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받았다. ▷관련기사: [우리금융, 다시 서다]③더 무거워진 손태승 회장의 어깨(21년 9월17일)

실적 역시 성장했다. 우리금융은 올 3분기까지 누적 2조661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지난해 연간 실적을 이미 넘었다. 경영 행보도 거침이 없었다. 올초 만 해도 경쟁사 대비 부족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 등을 강조했고, 해외 기업설명회(IR)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사업은 올스톱이다. 손태승 회장 거취가 불확실한 까닭이다. 금융권에선 이미 여러 회장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YTN 사장 등이 거론된다. 임종룡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서 국무총리실장을 지냈고 그 뒤 NH농협지주 회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서 금융위원장을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조준희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내부에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과 남기명 우리은행 국내부문 부문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권 전 행장과 남 부문장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후보 금융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내부 출신들 역시 현 정권 유력 인사들과 인연이 있다는 말도 우리금융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관치 인선의 중심에 우리금융이 있는 셈이다.

회장 교체 후 우리은행장 등 후속 인선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 인사는 내부 출신에 비해 업무 현황 파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처럼 대내외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 경제 관료 출신이라도 회사 사정을 고려해 경영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는 정권과 연관돼 있어 정치 상황에 따라 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며 "내부 출신이라도 정권과 관련된 인사라면 마찬가지로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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