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 전자랜드·하이마트…양판의 몰락 막을까

김아름 2022. 12. 16.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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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전자랜드 대표 교체
영업적자 내는 등 실적 부진이 이유
이커머스에 내준 주도권 찾기 어려워

국내 오프라인 전자·가전 시장을 양분해 왔던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수장을 교체한다. 이커머스 가전 시장의 확대에 경쟁력을 잃으며 적자 전환한 것이 주 요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국내 양판 시장은 사실상 이커머스에 주도권을 내준 지 오래다. 실적도 꾸준히 하락세였다. 대표 교체 후에도 실적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흔들리는 양판업계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분기까지 매출 2조6025억원과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이변이 없다면 올해엔 창립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8%나 줄어들었다. 연말까지 3조5000억원 안팎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이미 4조원대 매출이 깨졌다. 올해 단기 부진이 아니라는 의미다. 2018년 2000억원에 가까웠던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간신히 넘겼다. 올해엔 이마저도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희망퇴직은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신호다. 근속연수 10년 또는 만 50세 이상 직원 1300여명이 대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결국 신동빈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1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오는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황영근 대표가 물러나고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가 새 대표로 선임된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는 임무를 받았다. 

전자랜드도 대표이사를 교체한다. 현 옥치국 대표가 연말 물러나고 새 대표가 부임한다. 옥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전자랜드 대표 자리를 맡아 왔다. 불과 9개월 전인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재선임돼 임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홍봉철 회장은 '교체'를 선택했다. 새 대표에는 김찬수 신규사업부문장이 선임됐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자랜드 역시 실적 부진이 문제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매출 8784억원, 영업손실 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전자랜드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옥 대표 부임 이후 처음이며 2012년 이후 9년 만이다. 매출은 매년 늘어왔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을 마지막으로 수십억원대에 그치며 1%를 밑돌았다. 사실상 적자 사업이었던 셈이다.

이커머스 무섭네

가전 양판업계의 부진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소매 시장의 판도가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쿠팡·G마켓 등 이커머스가 취급 품목을 키우면서 오프라인 중심인 가전 양판업체들은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쿠팡은 익일 설치를 보장하는 '로켓설치'를 통해 양판업계의 핵심 품목인 대형가전 시장까지 빼앗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빼앗긴 것이 치명적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하는 롯데하이마트나 전자랜드의 주요 제품 가격은 온라인 최저가를 따라잡지 못했다. 구매 후 바로 가져갈 수 있어 오프라인 구매의 장점이 남아있는 소형가전은 이커머스의 '노마진' 정책을 이겨낼 수 없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상 다양한 품목을 갖춰놓기도 어려웠다. 

대형가전의 경우 가격이 높고 성능과 크기 등을 눈으로 꼼꼼하게 따져본 후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구매 빈도가 높았다. 하지만 '익일배송'이 보편화되면서 이조차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할인폭이 적고 온라인 구매 선호도가 낮은 프리미엄 가전은 디지털·가전 카테고리 강화에 나선 백화점에 고객들을 빼앗겼다.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D2C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 

오프라인 강화 비책은

업계에서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이제 와서 '온라인 퍼스트'로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쿠팡 등 이커머스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양판업계도 온라인 가전 시장에 맞서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찾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2017년 용산 본점을 체험형 프리미엄 매장 컨셉트의 '전자랜드 파워센터'로 리뉴얼한 후 지금까지 110곳 이상의 매장을 파워센터로 전환했다. 롯데하이마트도 2020년 처음 선보인 체험형 대형 매장 '메가스토어' 비율을 늘리고 전체 점포 수도 현재 400여개에서 300여개로 줄인다.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 전경.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가격 경쟁력이나 제품 종류, 구매 정보 제공 등의 기능으로는 이커머스를 당해낼 수 없다. 그런 만큼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게 아닌, 전자·가전제품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들렀다가 다양한 체험형 컨텐츠를 맛보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짓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PB '하이메이드'의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PB제품인 만큼 경쟁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AS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전자랜드 역시 지난 2008년 PB 브랜드 '아낙'을 론칭하고 안마의자 등을 선보였지만 최근 들어 신제품 출시를 중단하고 기존 제품도 줄여가는 추세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체험형 매장의 경우 체험에 그칠 뿐 매출에 연동하기 어렵고, PB나 해외 단독 상품은 중저가 제품에 집중돼 있어 회사의 실적을 반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 체험 공간을 늘리는 수준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며 "배달·AS 등을 특화하는 등 가격 외 경쟁력을 찾아와야 하는데 이미 시스템이 구축된 이커머스를 따라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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