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위험한 일, 사람이 안 하는 방법 고민했죠"

박세진 2022. 12. 1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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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안전점검 분야에서 혁신 이끄는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자율비행 드론 활용 솔루션 개발…글로벌 대기업들도 이용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풍력발전기나 교량, 댐 같은 사회 기간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점검이 필수다. 그러나 사람이 직접 거대한 시설물에 바짝 다가가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은 물리적인 제약 요인이 많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문제 해결에 전력을 쏟아온 스타트업이 있다.

최재혁 니어스랩 대표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시설물 안전점검 분야에서 앞선 기술을 자랑하는 니어스랩이 그 주인공이다.

니어스랩(NEARTHLAB)은 지구(Earth) 가까운(Near) 곳에서 지구 관찰하는 일들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사명(社名)이라고 한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올해 4월 국내 유력 투자사들을 상대로 시리즈 C 단계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으로 국내 드론 업계에서 최대 규모인 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기업은 도대체 어떤 기술을 갖고 있기에 전문 투자업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걸까?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있는 니어스랩 사무실에서 최재혁(35) 대표를 만나 창업 경위와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안전점검 시장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니어스랩 로고

"자율비행 드론으로 세상의 변화 만들고파"

니어스랩은 최 대표와 현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는 정영석 씨가 함께 세웠다.

두 사람은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 학·석사 과정을 함께 밟은 절친 사이다.

창업 전에 최 대표는 두산중공업에서 원자력발전소 운영 소프트웨어 만드는 일을 했다.

그는 거대한 시설물을 다루는 중공업 현장에서 뛰면서 드론 활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줄 하나에 의지한 채 거대한 시설물을 점검하는 위험하고 힘든 일에 드론을 투입한다면 안전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겠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결국 대학원에서 무인 비행 연구를 같이했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던 정 CTO에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니어스랩이 출범했다.

정 CTO는 창업 전에 인공위성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에서 인공위성 자세제어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어릴 적부터 비행기와 우주선, 인공위성에 매력을 느꼈다는 최 대표는 "위성이 만들어낸 데이터와 사진들이 GPS가 되고 내비게이션이 되면서 우리 생활을 바꿔놓은 것이 되게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며 "자율비행 드론으로 인공위성이 가져왔던 세상의 변화를 한 번 더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풍력발전기 안전 점검에 나서는 니어스랩 자율비행 드론 [제공 사진]

거대한 시설물 안전점검, 올라가지 않고도 '뚝딱'

니어스랩이 자랑하는 핵심 기술은 드론에 탑재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SW)와 드론이 수집(촬영)한 데이터를 저장·관리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확대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인 '주머블'(Zoomable)로 명명된 이 솔루션은 현실 세계의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3D(3차원)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한다.

풍력발전기 점검을 가정한 니어스랩 솔루션의 작동 메커니즘은 이렇다.

우선 비행제어장치를 장착한 드론이 블레이드를 인식하면서 최적의 비행경로를 찾아낸다. 이 드론은 비행 중에 충돌 회피 기능이 작동해 일정한 거리에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며 초고화질 데이터(이미지)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업로드 받은 주머블은 다양한 이미지를 재구성해 결함의 실제 위치와 크기를 계산한다. 주머블에 저장된 이미지는 밀리미터(㎜) 단위까지 확대할 수 있어 거의 오차 없는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머블에 지속적으로 쌓이는 데이터는 시간 흐름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적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도록 하는 데도 유용하다.

최 대표는 자사 개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자율비행 드론과 주머블을 활용하면 점검하고자 하는 시설물에 사람이 직접 접근하지 않고도 어떤 결함이 있는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량을 점검하는 니어스랩 자율비행 드론 [제공 사진]

니어스랩이 창업 2년 만인 2017년 내놓은 이 솔루션을 1차로 적용한 곳은 풍력발전기 점검 시장이다.

발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에너지원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것이 풍력발전기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이 많은 해상이나 산악지역에 주로 설치되고, 핵심인 터빈 블레이드(날개)는 길이가 100m를 넘는 것도 많다. 안전점검을 위한 시설물 접근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한 이유다.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밧줄 타고 올라가거나 크레인을 이용해 점검했어요. 드론이 등장하면서 드론을 활용한 점검 시도가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수동 드론으로 하다 보니 사진이 제대로 안 찍히거나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니어스랩은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시설물 안전 점검의 효용성과 자사의 기술력을 함께 입증할 첫 무대로 풍력발전기 분야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풍력발전 단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드론을 날리기에 어려운 환경"이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니어스랩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드론 조작법을 배우는 미국인 파일럿(오른쪽) [제공 사진]

해외 시장에서 더 인정받는다

니어스랩은 여러 차례의 시연을 통해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하는 자사 솔루션으로 한층 쉽고 효율적인 점검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에 힘입어 풍력발전기 안전점검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9년 4월 기준으로 국내 풍력발전 단지 시설물 가운데 60% 이상의 점검 작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풍력발전기를 대상으로 시작한 니어스랩의 안전점검 사업은 교량, 댐 등 사회간접자본 전반으로 확대됐다.

국토안전관리원, 한국수자원공사, 제주에너지공사 등 주요 관리 기관이 니어스랩의 고객이 된 것이다.

니어스랩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스타트업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세계 3대 풍력 터빈 제조업체로 불리는 지멘스가메사(독일·스페인), GE(제너럴 일렉트릭, 미국), 베스타스(덴마크)가 니어스랩의 안전점검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지멘스가메사의 가장 많은 풍력 발전기 터빈을 점검하는 곳이 바로 자사라고 말했다.

니어스랩은 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2'에서 카메라를 장착한 어떤 임의의 상용 드론이라도 앱을 통해 시설물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 '니어스윈드 모바일'(NearthWIND Mobile)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니어스랩은 기술력을 앞세워 풍력발전이 활발한 북미 및 유럽 15개 국가에 안전점검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안전점검에는 국경이 없으니 국내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니어스랩 기술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곳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은 니어스랩의 안전 점검 솔루션 '니어스윈드 모바일' 탑재 드론이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주변을 날고 있다. [제공 사진]

드론 직접 제작 추진…2024년 출시 목표

니어스랩은 현재 드론을 직접 만들지 않고 있다.

주로 수입한 상용 드론에 카메라와 자체 개발 자율비행 SW를 붙이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드론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풍력 등의 분야에선 상용 드론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만 갖고도 잘할 수 있었지만, 공공안전이나 국방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 그쪽 특수성에 맞는 더 높은 수준의 자율비행 기술을 만들어야 하고 하드웨어 제조도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생산에 대비한 설계 역량을 이미 확보해 놓았다며 내후년에 직접 제작한 드론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공개(IPO) 계획을 놓고는 "더 큰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있는 마일스톤(이정표)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진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박람회 '클린파워 2022'에 설치된 니어스랩 부스 [제공 사진]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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