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르는데 왜?"…한우 값만 폭락한 이유
수요 감소하는데 사육두수 역대 '최대'
한우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감소한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엔데믹의 영향으로 이전과 같은 '집밥' 특수가 사라졌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암소 도축을 장려해 한우의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격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농가는 사료 가격 폭등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추락하는 도매가
최근 한우 가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우 지육(1등급) 1㎏ 도매가격은 1만7005원으로, 전년 동기(2만860원) 대비 18.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10월 한우고기의 평균 도매가격이 1㎏당 1만889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우 가격 하락의 주요인은 공급 과잉에 있다. '팬데믹'은 한우의 전성기였다. 외출이 줄며 집밥 수요가 육류 소비를 이끌었다. 특히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등으로 한우 수요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익을 기대한 농가는 그동안 사육두수를 늘렸다. 올해 한우 사육 두수는 355만7000마리로 역대 최대치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336만8000마리)보다 5.6% 증가한 수치다.
반면 엔데믹으로 집밥 특수가 끝나고 있다. 오히려 소비침체와 고물가가 극심해지면서 한우 소비는 감소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를 기록했다.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한우에 지갑을 열 여유가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가정 내 한우고기 구매량은 전년 동기(12.8㎏) 대비 6.1% 감소한 12㎏으로 나타났다.
더 떨어질 수도
한우 가격은 사육 두수 증가에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전년(79만)보다 증가한 85만 마리로 예상된다. 육류는 일반 상품처럼 자유로운 수급 조절이 어렵다. 소를 키워내 도축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가 100만 마리 수준까지 도달, 도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소 내년까지 사육 마릿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암소 도축 지원 사업 등 농가의 수급 조절 여부에 따라 사육 마릿수 정점은 2024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면 경기 침체는 향후 한우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입 소고기가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는 것도 부정적 요소다. 정부는 올해 초 물가 안정을 위해 쇠고기 등 품목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없앴다. 싼 가격의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서 한우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한우 가격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다만 소매가 적용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우의 중간 유통 과정이 복잡해서다. 이 때문에 그 영향도 미미할 수 있다.
깊어지는 농가 한숨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우 가격이 폭락한 데다 설상가상으로 사료 가격까지 폭등해 생산비 부담이 커졌다. 현재 국제 곡물 가격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배합사료의 ㎏당 가격은 2020년 412원에서 지난해 462원으로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613원으로 급등했다. 2020년과 비교해 약 48.8% 인상된 수준이다.
정부는 암소의 도축을 장려해 송아지 번식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농가마다 처지가 달라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농가들이 대다수다. 이들 대부분은 사료 회사나 농협 등에 대출을 받고 있다. 이자를 내려면 생산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국한우협회는 정부에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는 한우 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면서 "한우 산업의 안정과 자급률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생산비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농가 농가사료구매자금 2조원으로 증액과 금리인하 ▲사료원료 구매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여러 정부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농촌연구원 관계자는 "암소 도축 지원 사업으로 송아지의 생산을 억제하는 방법은 최근 사료 가격 급등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규모 한우 소비 촉진 행사는 물론 급식·가공업체 등에서 쓰이는 원료육을 한우로 대체하는 등 방안으로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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