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파월 못 믿겠다'…긴축 의지에도 거꾸로 가는 금리

김정남 2022. 12. 1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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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생산 지표 일제히 부진
"연착륙 가능" 파월 언급 못 믿어
'파월 불신' 거꾸로 가는 국채금리
연말 산타랠리 '딴세상 얘기' 치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경기 침체 공포에 일제히 폭락했다. 소비와 생산 지표 전반이 예상을 밑돌면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자신했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연말 산타 랠리는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비등하다.

(사진=AFP 제공)

소비·생산 지표 일제히 부진

15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25% 하락한 3만3202.22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9% 내린 3895.75에 거래를 마치며 3900선이 깨졌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3.23% 폭락한 1만810.53을 기록하면서 1만1000선이 무너졌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2.52% 하락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했다. 개장 전 나온 경제 지표들이 모두 부진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소비 지표였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2%)를 하회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 등 연말 쇼핑 대목이 있었음에도 소비는 급감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품 수요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면 경기 전반이 고꾸라질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코로나19 기간 중 늘렸던 저축액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려 왔으나, 이마저 내년 중반이면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월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이는 내년 침체 불가피론의 가장 강력한 근거다.

소비뿐만 아니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산업 생산은 전월과 비교해 0.2%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0.1% 증가)보다 부진했다. 전월인 10월(0.1% 감소)보다 더 악화한 것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집계를 보면, 이번달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엠파이어지수)는 -11.2로 전월(4.5) 대비 15.7포인트 떨어졌다. 이번달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역시 -13.8로 위축 국면을 유지했다. 소비와 생산 지표 전반이 예상을 밑돈 셈이다.

이에 줄곧 위를 바라봤던 3대 지수는 장중 갑자기 낙폭을 키웠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전략가는 “주식시장이 이제 경기 침체를 고려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이 말한 연착륙 가능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노동시장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소비와 제조업이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을 분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경기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직접 제시한 0.5%를 두고서는 “침체가 아니라 완만한 성장세”라고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연준이 공격 긴축을 한다면 침체는 불가피하고, 침체를 피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면 금리를 큰 폭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수석전략가는 CNBC에 나와 “내년 증시는 모두 실적에 대한 얘기일 것”이라며 “아직 성장세의 빠른 위축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어드의 마이클 안토넬리 매니징 디렉터는 “시장에는 침체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연준이 (침체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는) 도를 넘을 가능성을 걱정한다”라고 말했다.

애플(-4.69%), 마이크로소프트(-3.19%), 아마존(-3.42%), 알파벳(구글 모회사·-4.31%), 메티(페이스북 모회사·-4.47%) 등 빅테크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항공주, 금융주 등도 떨어졌다. 월가에서는 이미 산타 랠리는 딴 세상 얘기처럼 치부되고 있는 분위기다.

‘파월 불신’ 거꾸로 가는 금리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도 연준을 불신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196%까지 떨어지며 4.2%선을 하회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강경 긴축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내년 경기 침체가 올 게 분명하다는 판단 하에 연준이 예고한 5% 초반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부터 2년물 금리가 연준의 의도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게 주목할 점”라며 “시장은 연준의 내년 정책 방향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내년 2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봤다. “경제가 이미 매우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이제부터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428%까지 떨어졌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4.3% 레벨에 육박했으나, 침체 공포감이 만연하자 3.4% 레벨까지 내린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00%에서 2.50%로 50bp(1bp=0.01%포인트) 올렸다. 시장 예상대로 인상 속도를 다소 완화했다. 다만 인상 폭이 줄었을 뿐 매파 기조는 여전했고, 금융시장은 움츠러들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전히 꾸준한 속도로 상당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CB는 통화정책방향에서 “물가 전망을 상당히 상향 조정함에 따라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물가 목표치인 2%로 적기에 복귀하기 위해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이 될 때까지 꾸준한 속도로 상당히 올려야 한다”고 했다. ECB는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석 달 전 5.5%에서 6.3%로 상향 조정했다. 내후년 역시 2.3%에서 3.4%로 올렸다.

이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28%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3.09%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4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51% 하락한 배럴당 76.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에 원유시장 역시 영향을 받았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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