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수요↓ 노동은 강세”···“더 커진 침체 그림자”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락했습니다. 어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를 5.1%로 올린 데다 이날 소매판매가 안 좋게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나스닥이 3.23%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49%, 2.25% 떨어졌습니다.
이는 △자신의 전망보다 매파적인 연준에 놀란 투자자(어제) △더 높게 더 오래가는 긴축에 침체 우려 고조(어제) △소매판매와 제조업 생산 급감에 공포 확산(오늘)이 겹쳤기 때문인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한때 연 3.43%까지 떨어졌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부인했지만 연준의 경제전망을 보면 사실상 내년 침체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요. 월가는 이제 침체 확률이 높다고 보고 내년 말께 금리인하 여부를 두고 연준과 내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연준도 내부적으로 복잡할 것 같은데요.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씩 인상했습니다.
오늘은 소매판매와 실업급여 청구건수, 그리고 경기침체를 둘러싼 엇갈리는 금리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급격하게 감소한 소매판매부터 보죠. 이날 나온 11월 소매판매가 6894억 달러로 전월 대비 -0.6%를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예상치가 -0.2%, 다우존스가 -0.3%였으니 감소폭이 2~3배나 큰 건데요.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소매판매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는데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감소폭은 더 크죠.
세부적으로 보면 자동차와 부품 딜러십이 -2.3%, 빌딩·정원 운영물품점 -2.5%, 가구점 -2.6% 등 13개 항목 가운데 9개가 마이너스였습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에도 온라인 상점판매가 -0.9%를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아마존도 들어가는데요. 대규모 할인에도 실적이 좋지 못했던 겁니다. 소매업체의 최대 대목인 11~12월 중에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게 우려스러운 대목인데요. 휘발유 가격 하락에도 주유소 역시 -0.1%를 기록했죠.
눈에 띄는 것은 소매판매에서 유일하게 서비스로 분류되는 식음료 서비스가 0.9% 상승했다는 점인데요. 요약하면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소비, 그 중에서도 상품수요가 생각보다 빠르게 둔화하면서 침체 우려를 키우는 반면 서비스만 아직 견고하다는 뜻이 됩니다. ‘서비스 수요 견고→서비스 고용 유지 및 확대필요→서비스 임금 인상→인플레이션 악영향→긴축 지속’의 고리를 생각할 수 있죠.
소매판매는 상품 위주고 서비스를 포함한 전반적인 그림은 개인소비지출(PCE)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상품수요의 예상보다 빠른 위축은 불안감을 키웁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요. 윌밍턴 트러스트의 리아 토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조업 상황은 더 안 좋은데요. 뉴욕주의 1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지수가 -11.2를 기록하면서 다시 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수축을 나누는데요. 10월 -9.1이었던 것이 11월 4.5로 올랐다가 다시 하락한 겁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수도 신규 주문이 급감하면서 -13.8로 예상치(-12)를 밑돌았습니다. 미국의 11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고 제조업은 10.6% 감소해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죠.
반면 고용은 상대적으로 좋았는데요. 이날 나온 지난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1000건으로 전주(23만1000건)보다 2만 건 감소했습니다. 전망치 23만2000건보다도 2만1000건 적었는데요. 지난 9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 수치도 22만7250건으로 전주(23만250건)보다 줄어들었는데요. 그나마 2주 이상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67만1000건으로 전주보다 1000건 증가했지만 큰 증가폭은 아닙니다.
실업수당 청구는 노동시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죠. 하지만 연준이 이번에 경제전망을 업데이트하면서 내년 실업률 예상치를 4.6%로 올려잡았습니다. 현재 3.7% 정도니까 갈 길이 먼데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되레 감소하고 있는 셈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은 “IT와 은행 같은 화이트 칼라 부문의 해고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다른 많은 산업 전반에 걸쳐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들은 빠른 임금 상승도 적용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침체 가능성 확대로 이어집니다. 상품수요의 빠른 감소와 부동산 가격하락, 제조업 위축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비스와 노동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인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소매판매의 감소와 강한 노동시장은 연준의 긴축 지속으로 인한 침체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습니다.
침체 가능성에 대해 더 살펴보죠. 당장 내년 1분기부터 빠르게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습니다. 내년 초 일자리 증가 10만 명 대 추정도 심심치 않게 나오죠. 키에란 클랜시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내년 1분기에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고 했는데요.
국채시장의 신호도 비슷합니다. 오전 일찍 3.51%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3.43% 선까지 내려왔는데요.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리면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큰 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연준이 하반기부터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 시장은 연준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CME 페드워치를 보면 이날 오후2시17분 현재 내년 2월 기준금리 예상치는 4.50~4.75%가 71.9%입니다. 이는 0.25%p만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인데요.
내년 3월 4.75~5.00%(57.8%)에도 0.25%p의 추가 인상을 점칩니다. 여기까지는 연준의 속내와 비슷한데요.
문제는 다음입니다. 5월에도 4.75~5.00%가 유지되고 9월이 되면 4.50~4.75% 이하가 42.2%가 되고 11월로 접어들면 이 비율이 62.4%까지 치솟습니다. 최종금리가 4.75~5.00% 수준이고 최소한 연말이 되면 금리인하가 시작된다고 본다는 것이죠.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점도표는 사람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했지만 시장이 미끼를 물지 않았다”며 “시장은 기본적으로 4.75~5.00%가 연준이 끝날 곳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특히 내년 금리인하는 연준의 의도와는 정반대입니다. 파월은 내년에 금리인하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월가에서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옵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연준이 판매하는 것(최종금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연준이 더 매파적이어야 함을 보여준다”고 했죠.
시장의 금리중단과 인하 요구는 거센데요. 이날도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CEO는 “인플레이션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빨리 떨어질 것이다.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너무 타이트하다. 내년에는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우선이라고 했다는 것과 너무 이른 완화가 과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의 패착이었다 는 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전적 대응에서 사후 대응으로 통화정책을 바꾼 점을 같이 봐야 하는데요. 선제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내년에 금리인하로 가는 것이 맞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연준과 싸워서 이번에는 시장이 이길 거냐, 그런 문제이기도 하죠. 휴 로버츠 퀀트 인사이트의 분석 헤드는 “연준은 1년 내내 한결 같았다. 그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만 하고 고물가를 꺾어야 하며 금융시장을 타이트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연준과 시장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두고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지금의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거죠.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피크를 논할 때 (연준이) 전년 대비를 넘어 전월 대비 마이너스가 나오는 것을 약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내년 4분기에 금리를 내릴 거냐 안 내릴 거냐의 싸움인데 이는 결국 데이터와 지표에 달려 있어 내년 1분기까지는 누구 말이 맞는지 알기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증시 상황 보겠습니다. 줄리안 이매뉴얼 에버코어 ISI의 주식 헤드는 “어제 연준이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4.4%로 올렸다”며 “연준이 바꾼 모든 전망치가 증시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는 “지금의 증시 전략은 방어적으로 나서는 것이며 주식은 연말에 약간의 산타랠리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미 경제 방송 CNBC는 “산타랠리는 없다. 월가에서는 증시가 곧 최저점을 시험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도 “내년 주식시장의 이야기는 모두 어닝에 관한 것이며 어닝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성장(growth)이 문제이며 이것이 가격에 다 반영이 안 돼 있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그는 S&P가 내년 1분기에 3000~3300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봅니다. 연말에는 3900을 찍을 수 있지만요.
추가로 오늘 뉴욕 총영사관에서 있었던 윤제성 뉴욕생명자산운용 CIO의 경제 및 주식 전망 전해드립니다. 주요 내용을 뽑으면 아래 8가지인데요.
① “내년 CPI 4~5%까지는 가지만 그 밑으로는 어려울 것. 2024년 이후에도 3%대로 오래 갈 수 있다. 미국의 노동인플레가 장기 지속할 수 있다”
②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주식하는 분들이 CPI가 6~7%로 간다고 좋아하는 데 모자라다(할 일이 더 있다)”
③ “연준 최종금리는 5.5%까지 갈 것이다. 다음(내년 3월)엔 5.5%로 올려서 발표하지 않을까. 최소한 방향은 5.5%로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④ “연준, 내년 성장 전망 0.5%이던데 이건 0%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업데이트할 때마다 내려갈 거다. 기업들 어닝 리세션이 올 수 있으며 수익이 -10%까지 빠질 수 있다”
⑤ “내년 침체 기본가정은 경미한(mild) 침체다. 하지만 침체 이후 증시가 회복을 시원하게 못할 것이다. 물가 때문에 통화와 재정정책 도움을 못 받는다. 지금도 내년 말 월가 전망 평균이 3900인데 상반기에 내려갔다가 올라온다고 한들 매력적일지 의문이다”
⑥ “내년 S&P500이 3400까지 갈 수 있다. 3600 밑으로 가면 조금씩 사기 시작할 수 있다. 고객들에게는 내년 2~3월까지 기다려보자고 한다. 그래도 못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주식보다는 하이일드 채권(금리 8~9%)을 권한다. 추가로 내년에 증시 꺾이면 스몰이나 미드캡 주식이 좋으며 반도체는 내년 3분기부터 좋아진다고 하니 1~2분기가 바닥일 듯싶다. 엔비디아는 매력적인 주식이다”
⑦ “노동시장은 화이트 칼라 해고로는 안 되고 블루칼라까지 이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갈 길이 멀다”
⑧ “원달러 환율의 경우 침체가 오면 달러가 강세일 수밖에 없다. 침체가 온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 한국 경기가 회복할 때는 1200원 정도 가지 않을까. 중국은 이번 코로나19 시위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재정지원을 세게 할 것 같다. 5% 성장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 주식도 싸기 때문에 회복시기에는 좋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내년 1분기에 뭐가 됐든 휴전 같은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시장이 어제에 이어 오늘 소매와 제조업에서 원투 펀치를 맞았습니다. 침체 우려가 급등한 반면 뚜렷한 호재가 잘 보이지 않는데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듣는 3분 월스트리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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