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퇴직연금은… DB형일까 DC형일까
[편집자주]3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의 대규모 자산 이동(머니무브)이 시작됐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2020년 255조5000억원, 지난해 295조6000억원, 올해 300조원으로 늘었고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격전지가 됐다.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는 최대 연 8%의 고금리 상품을 내걸고 퇴직연금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낸다.금융당국이 채권시장의 안정을 위해 퇴직연금 과열경쟁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으나 고객들을 잡으려는 금융회사의 치열한 영업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노후자금의 대명사 퇴직연금은 어디서 어떻게 굴려야 할까. 퇴직연금 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운용전략을 알아봤다.
①연 8% 퇴직연금 등장, 은행vs증권vs보험 고객 쟁탈전
②내게 맞는 퇴직연금은… DB형일까 DC형일까
③연말정산 소득공제 더 받으려면
# 내년 임금피크제를 앞둔 50대 직장인 A씨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중 어떤 퇴직연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동안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적용됐지만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면 정년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이 일부 삭감되기 때문이다. 월평균 임금이 500만원인 A씨는 내년부터 임금피크를 적용받아 매년 10% 감액 급여를 받는다. 앞으로 A씨가 5년 더 근무할 경우 임금은 기존 5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반토막 나는 셈이다.
직장인들은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연금 상품인 DB형과 DC형 중 유리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퇴직연금 상품의 유형에 따라 노후자금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A씨는 임금피크제에 돌입하기 전에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투자에 관여하기 때문에 DB형보다 위험성이 크지만 임금피크제 돌입에 따른 퇴직금 손실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월평균 임금이 500만원인 A씨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갈 경우를 알아보자. 30세부터 근무를 시작해 현재 55세인 A씨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액은 1억2500만원(500만원×25년)이다. 만약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A씨가 60세까지 회사를 다녀 임금은 250만원으로 내려간다면 A씨의 퇴직급여액은 7500만원(250만원×30년)으로 줄어든다. 퇴직금이 5000만원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A씨가 DC형으로 퇴직금을 굴릴 경우 은행 정기예금 상품은 연 5%, 주식 투자상품은 연 6%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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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형은 일반적인 퇴직금제도와 유사한 것으로 근로자가 퇴직 시 받을 수 있는 급여는 근무 기간과 평균 임금에 따라 확정된다. 퇴직금을 주는 회사가 연금 운용 주체이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받을 돈이 정해져 안정적인 대신 운용수익은 회사에 돌아간다.
반면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1 이상을 퇴직 계좌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운용 주체가 근로자여서 돈을 추가로 낼 수도 있고 운용성과도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은퇴 시 퇴직급여가 수익률의 영향을 받아 달라진다.
때문에 임금 상승률이 운용수익률보다 높다면 DB형, 반대로 운용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능가한다면 DC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은 연봉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DB형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C형으로 시장 연동형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퇴직금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 2분기 DC형 퇴직연금 가운데 실적배당형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12.55%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7.34% 상승하는 등 호실적을 보였으나 국내 주식시장의 불황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1분기(-0.42%) 하락 전환하더니 2분기에는 10%대 폭락한 것이다.
앞으로 직종이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 상승률이 높으며 ▲장기근속이 가능하거나 ▲투자에 자신이 없고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DB형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대로 ▲승진 기회가 적고 ▲임금 상승률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해 장기근속이 어려운 근로자 또는 ▲투자에 자신이 있거나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DC형으로 가입하면 좋다.
지난 7월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도 눈여겨볼 점 중 하나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을 방치할 경우 사전에 설정한 방법으로 전환해 운용되도록 한 제도로 DC형과 IRP에 적용되는 투자 방식이다.
증권사가 설정한 디폴트옵션은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 순으로 실적배당형인 고위험의 경우 TDF, BF,중위험·저위험 포트폴리오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BF), 정기예금을 혼합해 구성한다. 사전지정운용방법 운용 중에도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변경해 운용지시가 가능하다. 디폴트옵션을 등록하지 않은 가입자도 모바일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할 수 있어 편의성을 더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됨에 따라 나만의 운용전략을 짜서 내 퇴직연금 수익률을 점검해 볼 수 있다"며 "원하는 시간에 모바일로 퇴직연금 상담을 받아볼 수 있는 예약상담서비스가 있으니 이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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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의 중도인출도 DC형에서만 가능하다. 단 주거를 목적으로 한 전세금이나 재무상황의 어려움(파산) 등 법에서 정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중도인출을 허용한다. 주거를 목적으로 할 경우 본인의 이름으로 계약한 주택매매거래서가 필요하다.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가입자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주택구입에 사용되면 향후 퇴직소득이 줄어들고 개인의 재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부동산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다"며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중도인출 보다 적극적인 운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안서진 기자 seojin07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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