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잇는 정치 어때서?'…기시다도 아베 동생도 뻔뻔한 세습정치
아베 친동생 기시 "아들에게 물려줄 것" 대놓고 발언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 "(아들을 비서관으로 고용한 건)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이 자식들에게 대놓고 자리를 물려주려 해 구설에 올랐다. 위 발언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전 방위상과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한 것으로, 최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일본에 세습 의원들이 많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최근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심이 일고 있다. 정치인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 누군가의 자녀나 친척이라는 이유로 당선되는 게 부당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다.
◇기시다, 장남 총리실 비서관으로 기용…"공사 혼동하냐" 비난
기시다 총리 본인도 할아버지대부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세습 의원이다. 그는 장남 쇼타로를 총리실 비서관으로 기용했다. 야당으로부터 총리가 공사 구분을 못 한다는 원성이 쏟아졌다.
의회에 출석한 기시다 총리는 아들의 채용 건과 관련한 질문에 "적재적소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대답했고, 야당석에서는 야유를 보냈다.
니시닛폰신문은 총리 주변 인물도 "맨 옆에서 (아들에게) 제왕학을 배우게 하고 싶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신의 정치 후계자로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의 다소 뻔뻔한 대응은 안 그래도 내각에 비우호적인 여론이 더 싸늘해지는 계기가 됐다.
부모나 친족으로부터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는 세습 정치는 지지기반이나 지명도, 자금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순 있다. 그러나 다양한 입후보를 가로막고, 결국엔 인재의 폭을 좁혀 정치인의 동질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베 친동생 기시 "아들에게 물려줄 것" 대놓고 발언
고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전 방위상은 후원회 간부에게 임기를 마친 뒤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정치적 기반을 물려주고 싶다고 발언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야마구치현 4선거구에서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실시되는데, 자민당 내에서는 장남인 노부치요를 출마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 전 방위상이 아직 3년이나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은퇴를 거론한 건 아들에게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가 아닌 자신의 지역구(야마구치현 2선거구)를 물려주려 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닛칸겐다이는 분석했다.
기시 전 방위상은 스스로가 세습 정치를 위해 길러진 인물이다. 친형제인 아베 전 총리와 성이 다른 건,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딸에게 "셋째 아이가 남자라면 가문의 양자로 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시 가문은 남성 후계자가 없었다.
생후 바로 삼촌의 양자가 된 기시 전 방위상은 대학 입시 때 등본을 보고서야 자신이 아베 가문의 사람임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닛칸겐다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할아버지인 아베 간은 전쟁 전부터 비전평화주의를 관철하며 도조 히데키 등의 군벌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거대 정당의 금권부패를 규탄하며 청렴결백한 인격자로 알려졌다"며 "그런데 그 손자들이 적 기지 공격 능력이니, 방위비를 2배로 늘리느니 같은 말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평했다.
◇자민당도 세습 자제 공약했다가 철회…일본 세습정치 이대로 괜찮은가
일본은 전후 총리 4명 중 3명은 세습 정치인일 만큼 '대물림'이 흔하다. 겐다이비즈니스는 전후 일본은 33명의 총리를 배출했고 이들 중 2촌 이내 친족(조부모·형제자매·자녀·손자)이 국회의원인 경우는 무려 25명이었다.
자민당만의 문제도 아니다. 입헌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경우 52대·54대 총리를 지낸 하토야마 이치로의 손자다.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입후보자 가운데 △친족 중 국회의원이 있어 지역구를 계승한 경우 △지역구를 계승하지 않아도 부모나 조부모 중 하나가 국회의원인 경우인 세습 정치인은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143명이었다.
이 중 자민당 소속인 세습 후보자는 104명으로 당내 후보자의 30%를 차지했고, 입헌민주당 소속 세습 후보자도 29명으로 적지 않았다.
그동안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자민당은 구 민주당에 정권을 빼앗겼던 2009년 중의원 선거 때까지만 해도 "은퇴하는 의원의 배우자와 3촌 내 친인척을 대상으로 동일 선거구에 입후보할 경우 다음 총선부터 공천에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세습 제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은 얼마 안 가 철회됐다. 자민당은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세습 후보를 원칙 없이 공천하지 않는다면서도 세습을 용인했다. 2012년 자민당이 정권을 되찾자 세습 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거의 사라졌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노나카 나오토 가쿠슈인대 비교정치학과 교수는 니시닛폰신문 인터뷰에서 "야당이 정권 탈환을 원한다면 세습을 규제하는 데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계속 대처하면 정계 전체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닛칸겐다이는 세습을 "일본 정치의 최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계속 가도 되는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평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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