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가전략기술 정책의 명암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선택과 집중'.
윤석열 정부의 과학기술혁신정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중 하나다.
지난 14일 발표된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도 '기본방향'의 첫 머리에 '선택과 집중'이 자리를 잡았다. 집중육성의 대상으로 선택된 '12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과학기술기본계획은 향후 5년 동안 정부 과학기술정책의 근간이 될 최상위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를 선별해 집중투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국가전략기술'은 지난 정부 말기부터 지속 등장하는 단어다. 이른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대응책이다. 긴축재정 기조를 감안하면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명분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정부가 선택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첨단 모빌리티, 차세대 원자력, 첨단 바이오, 우주항공·해양, 수소, 사이버보안,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첨단로봇·제조, 양자 등이다. 그 중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하고 있는 3대 국가전략기술 즉 반도체·배터리·백신이 핵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반도체특별법으로 불리는 첨단전략산업육성법을 제정했다. 또한 조세특례제한법의 통합투자세액공제 조항에 국가전략기술 항목을 신설하고 이 분야 시설투자에 대해 가장 높은 세액공제 혜택(대기업의 경우 6%)을 부여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이어받아 세액공제율을 8%로 2%p(포인트) 더 높이는 개정안을 내년도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제출, 여야 합의로 통과를 앞두고 있다. 부자감세론이 예산안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상황에서도 '국내 초대기업이 주로 감세혜택을 보는(기재부 보도설명자료 22.11.21)'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에 여야가 이견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국가전략기술을 집중육성한다는 정책이 이처럼 강력한 명분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학기술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초과학연구를 포괄하고 있는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선택과 집중 만을 강조한다면 그 '선택'에 포함되지 못한 분야에 그늘이 생기기 마련이다.
정부는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정부의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이 양적 확대에 치중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초연구 성과증대 요구,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의 정부재원 의존율 증가 등을 한계로 들었다. 예산은 크게 늘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표현이다. 기초연구와 중소기업 R&D 예산을 각각 두 배로 늘린 문재인 정부 정책은 '나눠주기'라는 표현으로 일축됐다.이 때문에 당장 내년 예산부터 줄줄이 삭감대상이 된 기초연구, 중소기업 R&D, 지역 R&D 등에서 곡소리가 나는 중이다.
무엇보다 국가전략기술 집중육성정책이 그동안 과학기술계가 주장해 온 '자율과 창의', '퍼스트무버(First Mover)'형 연구개발정책과 동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패권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몇 개의 기술을 선별해 더 집중적으로 더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초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인 동시에 더욱 강력해진 국가주도형(Top down)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과학기술계는 연구자가 연구주제를 스스로 정하고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자 주도' 연구환경이 선도형 연구의 전제조건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정부가 연구주제를 정해 연구비로 줄세우는 연구환경에서 퍼스트무버는 언감생심이다. 과학계의 꿈인 노벨상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큰 변화를 겪어 왔다. 한 쪽을 '나눠주기'로 폄하하면 반대쪽에는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돌아온다. 이명박 정부의 몰아주기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나눠주기 정책을 낳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긴 안목의 과학정책이 필요하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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