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롯데' 외친 신동빈, 12개 계열사 수장 교체… 장남 신유열 승진

조승예 기자 2022. 12.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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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로운 롯데'를 강조하며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는 7개월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롯데는 지난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VCM(Value Creation Meeting)과 내부 회의에서 '새로운 롯데'를 강조해왔다.

이번 인사는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중점으로 뒀다. 특히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젊은 리더십의 전면화 ▲책임경영에 입각한 핵심역량의 전략적 재배치 ▲지속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임 임원 40대 비중 46%… "젊은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


이훈기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 사장 내정자./사진=롯데
먼저 최고경영자(CEO)의 전체 연령이 젊어졌다. 지난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첫 대표이사로 롯데지주 신성장2팀 이원직 상무가 전격 선임되면서 롯데의 40대 CEO 시대가 열린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이훈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50대 사장 반열에 올랐다. 이훈기 실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해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이사, 롯데렌탈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과 롯데헬스케어를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에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롯데헬스케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올해 잇따라 출범시키고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추진시켰다.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의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로 지난해 평균(58세) 대비 1세 젊어졌다. 사장 직급의 경우 3세가량 젊어졌다. 신임 임원 중 40대의 비중은 46%에 달한다. 특히 78년생 이후 40대 초반(45세 이하) 신임 임원의 승진은 채혜영 롯데칠성 상무보, 이용우 롯데하이마트 상무보, 황호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상무보, 박강민 롯데상사 상무보 등 총 4명이다.

롯데를 이끌었던 고위 임원 3명은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일선에서 용퇴한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35년 이상 몸담았던 롯데를 떠난다.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전체의 인재 개발, 경영개선 등 혁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롯데렌탈을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시키고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는 국내외 다양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르엘(LE-EL)을 출시하는 등 수주 경쟁력 강화 및 브랜드 위상 격상에 노력했다.


롯데제과, 대표 첫 외부 인재 영입… 롯데멤버스, 그룹 첫 외부 여성 대표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내정자./사진=롯데
롯데는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데 노력했다. 롯데제과 대표이사에는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롯데멤버스 대표이사에는 김혜주 현 신한은행 상무가 내정됐다. 롯데그룹 모기업인 롯데제과의 경우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에 영입한 첫 사례다.

신임 롯데제과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창엽 부사장은 한국과 북미에서 30년 이상 글로벌 소비재 회사에서 근무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1993년 한국P&G를 시작으로 허쉬(Hershey) 한국 법인장, 한국코카콜라 대표 등을 역임하며 소비재 분야에 깊이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LG생활건강의 미국 자회사인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 CEO로 북미 사업을 이끌었다.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혜주 전무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다. 삼성전자, KT를 거쳐 현재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맡고 있다.

김혜주 대표이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전문성을 바탕으로, 롯데가 보유한 40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각의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롯데그룹 유통군 미래경쟁력 핵심인 롯데멤버스의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렌탈 대표이사도 외부에서 전략전문가를 영입해 선임 절차를 추진 중이다.


롯데홈쇼핑 대표 롯데호텔로,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로… 내부 전문가 전략적 재배치


이완신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 내정자./사진=롯데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와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각각 김주남 전무(전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와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가 내정됐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롯데면세점 상품전략, 소공점장,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거쳐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업환경의 변화와 위기에 대응해 턴어라운드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기존 홈쇼핑 영역을 뛰어넘어 미디어커머스 리딩 기업으로서 본격적인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장기간 계열사 대표이사로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기존 CEO들의 자리 이동도 눈에 띈다. 지난 11월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현철 부회장은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우수한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롯데건설 현안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탁월한 마케팅 역량 및 고객 관점의 시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의 사업변화와 혁신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전격 이동해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 수립에 집중할 계획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30년 이상의 직매입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과 전자제품 전문 1위 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동빈 장남 신유열 상무로 승진… 3세 경영 속도내나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사진=롯데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신 상무는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 분기보고서에 비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 상무는 신사업인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활용해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굴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상무는 일본 게이오대와 콜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첫 직장인 일본 노무라증권 싱가포르지점을 거쳐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무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경영 승계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회장의 경우 상무로 임명된 지 7년여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오른 바 있다.

신 상무는 올 초 롯데케미칼의 상무보로 임명돼 일본 도쿄지사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했다. 지난 8월 신 회장이 사면 이후 첫 베트남 출장에 나섰을 당시 신 상무가 동행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9월 말에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해 시선을 모았다.

롯데그룹은 현재 경영 승계 등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직은 한일 롯데 경영에 참여하는 수준이고 본격적인 승계 궤도에 오른 건 아니다"며 "지금처럼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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