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미 금리차..그래도 환율 급등 없다? 왜
①연준 금리상단 5% ②긴축 속도조절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4.25~4.50%로 0.50%p 올렸다. 이에 한미금리차는 지난 2005년 8월 1.0%p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높은 1.00~1.25%p까지 커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는 과거 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총 3차례 존재했다. 현재는 지난 11월부터 4차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가 이어지고 있다. 향후 미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폭을 고려할 때 당분간 한미금리 역전 시기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미금리차가 가장 컸던 건 2000년 5월부터 10월 사이의 1.5%p였다.
이번 FOMC 결과로 한미금리차가 커지자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높은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 외화가 유출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월부터 12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7월 미국의 2연속 자이언트스텝의 영향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전되자 6개월 만에 1300원대에 근접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벌어진 한미금리차에도 환율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이 일정 수준 정해졌고 긴축 속도 조절이 현실화한 만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의 터미널레이트 5% 상단은 이미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달러가 추가로 강해지려면 인상폭이 확대돼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금리차가 역전했을 때도 외국인이 다 팔고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었고 이익 하향 조정 구간에서는 단기적 매도 압력이 강했지만, 바닥을 다지고 올라갈 때는 순매수 경향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금리차 자체가 이론적으로는 환율에 부담이지만 현재 달러인덱스 자체도 안정적이고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크지 않아 현실적 지표로는 안정적인 상태”라면서 “환율이 그간 미국 쪽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다가 중국의 제로코로나 완화 등 위안화에 반응하는 측면이 커지고 있어서 금리차가 환율에 지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단순히 대내외금리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에도 금리 인상 개시 자체가 늦었고 이에 상대적으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가 약세여서 달러화가 더욱 강세였지만 앞으로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의 다이버젼스(불일치)가 더 심화하지 않는 이상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은 1.5%p차 이미 예견.. 외환시장 자신
다만 내년 한미금리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p를 넘어설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제롬 파월 의장은 14일(현지시간) 12월 FOMC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초점은 지금 인플레이션을 2% 목표까지 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지 금리 인하가 아니다"라며 "현재 경제 전망에 2023년 기준 금리를 인하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 인상 중단 혹은 인하까지 예측하며 기대감을 키우자 이에 선을 그으며 최종금리 5% 이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이날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를 발표하며 내년 말 금리 전망 중윗값을 기준 전망치(4.6%)보다 높은 5.1%로 올렸다.
파월 의장은 "19명의 위원 중 17명이 최종금리가 5% 이상이어야 한다고 봤다“면서 "우리는 최종금리 전망을 계속 올려왔고 우리가 생각하는 최종금리에 대한 의견은 바로 이 수준"이라며 매파적 발언을 이어갔다.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에 따르면 총 19명의 위원은 △4.75~5.0% 2명 △5.0~5.25% 10명 △5.25%~5.5% 4명 △5.5~5.75% 2명의 분포를 나타냈다.
현재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 이후 최종금리 수준을 3.5%로 제시하고 있다. 시장에서 예측하는 미국 최종금리 수준이 5% 안팎인 것을 고려할 때 한·미 금리차가 1.5%p까지 확대되는 것은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굉장히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겠다는 발표만으로도 우리 외환시장이 굉장히 안정되지 않았냐"면서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한 요인일 뿐 다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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