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AI의 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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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는 다른 방에 있는 인간, 컴퓨터와 각각 대화한다.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구별하지 못하면 컴퓨터가 지능을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제안한 인공지능(AI) 시험법이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한다. 튜링은 지능이나 마음, 인간다움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봤다. 답이 없는 철학 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시험 통과를 목표로 AI를 개발하면 된다고 했다.
▶2014년 영국에서 만든 AI 유진 구스트만이 처음으로 이 시험을 통과했다. 구스트만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이라고 심사위원들을 속였다. 하지만 어리다는 핑계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시험 통과만을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우크라이나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할 정도로 허술했다.
▶이달 초 공개된 AI 연구소 오픈AI의 채팅 로봇 ‘챗GPT’가 화제다. 자연스럽게 인간과 대화하고, 도덕적 문제에 대한 의견도 거침없이 내놓는다. 상황과 분위기만 알려주면 소설이나 시, 편지도 몇 초면 완성한다. 챗GPT는 사람의 뇌를 모방한 인공 신경망 구조로 돼 있다. 신경세포의 연결인 시냅스에 해당하는 매개 변수가 1750억개에 이른다. 이걸 수식으로 만들면 1750억차 연립방정식이 된다. 사람은 풀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문제다.
▶챗GPT가 자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다. 구글·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찾으면 검색어가 포함된 수많은 웹사이트를 나열해 보여준다. 반면 챗GPT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최적화해 오류가 없는 문장으로 만든 뒤 결과를 단 하나만 보여주는 식이다. 사실은 고도화된 검색 엔진인 셈이다. 세상에 없던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창조가 아니라 참조한 데이터와 같지 않게 문장을 생성하도록 입력돼 있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고도화된 AI는 공상과학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어떤 영화나 소설도 AI가 자의식을 갖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그럴듯한 시나리오조차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6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직전 과학자들조차 ‘바둑은 성역(聖域)’이라고 주장했음을 생각하면 자의식을 가진 AI의 등장도 먼 미래 얘기는 아닐 것 같다. 3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개발한 주판이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라지는 데는 50년도 걸리지 않았다. 언제 인간도 주판 같은 처지가 될지 모른다.
박건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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