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구소 “올해 대만, 내년 한국이 일본 1인당 GDP 추월”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2.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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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경제연구센터 아시아 경제 예측

일본경제연구센터는 14일 발표한 ‘2035년까지의 아시아 경제 예측’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는 대만에, 내년에는 한국에 각각 역전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올해 1인당 GDP가 3만3636달러(약 4384만원)에 그쳐, 대만(3만3791달러)에 밀린 뒤, 내년에도 3만3334달러로 소폭 감소해 한국(3만4505달러)에 추월당한다는 예측이다.

1963년 설립돼 중·단기 경제를 예측하고 일본의 전략을 주로 연구하는 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에는 대만까지 역전해 3국 중 최고 1인당 GDP를 기록한 뒤, 2025년에 4만 달러, 2029년에 5만 달러, 2035년에 6만 달러를 연이어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나 중동 산유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DP 국가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반면, 20여 년 전만 해도 1인당 GDP 세계 2위의 부국이었던 일본은 당시 ‘아시아의 4룡(龍)’으로 불린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아시아신흥공업경제군·NIEs)에 모두 밀릴 전망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각각 2007년과 2014년에 일본을 넘어섰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작년 예측 때는 한국·대만의 일본 역전 시기를 각각 2027년과 2028년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올해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해 역전 시기가 4~7년 앞당겨졌다. 이 센터의 도미야마 아쓰시 아시아예측실장은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들이 20년간 끊임없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지적재산권에 투자한 성과가 1인당 GDP라는 숫자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자본집약도(생산에 투입된 자본·노동 비율)다.

근로자 1명에게 기업이 투자한 자본(설비)의 양을 나타내는 자본집약도는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2021년 176.3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은 106.6으로 정체했다. 무형 투자의 잣대인 지적재산 투자에서도 한국은 2021년 316.3(2000년=100기준)으로, 118.1인 일본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런 투자 덕분에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2000~2021년에 연평균 5.9% 상승한 반면, 자국 내 투자를 등한시한 일본은 0.6%에 그쳤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전기차·콘텐츠 등 차기 주요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집행해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전체 GDP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불황에도 374억2500만 달러(약 48조8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한다. 대만 TSMC(360억 달러)나 미국 인텔(250억 달러)보다 많은 세계 최대 투자다.

SK하이닉스도 142억2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세계 시장 40% 점유율을 노리고 국내에 5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이은 배터리 2위지만, 중국을 뺀 나머지 글로벌 시장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기업이다. 전기차에서도 국가별 수출 경쟁에서 한국은 독일·미국·중국에 이은 4위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전기차 5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인 음악·만화·게임 등 콘텐츠도 매년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해 작년에 135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30년 전 세계 최대 반도체 국가였던 일본은 메모리 분야에서 키옥시아 한 곳만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인 데다, 자동차 최대 업체인 도요타는 전기차에선 ‘톱10′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다. ‘J팝’과 ‘아니메(만화)’로 아시아 콘텐츠 맹주였던 일본이지만 세계 웹툰 시장의 1·2위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픽코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보고서에서 “일본이 한국·대만에 비해 필요한 투자를 게을리한 게 노동생산성의 차이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처럼 한국도 인구 감소 및 고령화의 덫에 걸려 있어 결코 자만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인구의 28%가 65세 이상인 ‘세계 최대 고령화 국가’가 됨으로써 1인당 GDP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로만 놓고 산출하면 일본은 여전히 5만7500달러로, 한국(4만6000달러)이나 대만(5만1000달러)보다 높다. 한국도 2025년에는 65세 이상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0.8로, 일본(1.3)보다 낮아 2030년대에는 일본과 같은 덫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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