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전세 계약이 두려운 청년들

백수진 기자 2022. 12.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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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을 앞두고 서울시의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서비스를 신청해봤다. 임대인이 해외에 있어 한국에 있는 가족과 대리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동산은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만 갖추면 문제없다고 했지만, 잇따르는 전세 사기 기사들을 보니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구청에 계약 상담을 신청하니 현업 공인중개사인 주거 안심매니저를 연결해줬다. 원칙상 본인이 발급한 인감증명서가 필요한데, 집주인이 해외에 있어 인감증명서도 대리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니 재외공관에서 공증을 받은 위임장을 꼭 요구하라고 조언해줬다. 부동산조차 믿을 수 없어 구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씁쓸했지만, 계약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에겐 절실한 서비스였다. 전세 사기 위험이 커지면서 이 서비스는 시행된 지 약 5개월 만에 1131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올해 전세금 반환 보증 사고 금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 보증 사고 피해액은 2018년 792억원에서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고, 올해는 10월까지 누적 피해액이 7992억원에 달했다. 나이별 피해 현황을 보면 20~30대가 약 70%를 차지한다. 사회 초년생이 주로 거주하는 빌라, 연립, 다세대 주택이 전세 사기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 명당 피해 금액은 평균 2억원 정도. 어렵게 취업해서 몇 년간 모은 돈을 한순간에 날린 청년들은 유튜브에서 전세 사기 경험담을 공유하고 있다. 계약 조건에 특약을 넣는다거나, 계약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며 제2의 피해자를 막으려 하는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심 전세 자가 진단 앱 등 방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임차인이 아무리 꼼꼼히 확인해도 법의 허점을 노리는 사기꾼들에겐 당할 수밖에 없다. 임차인의 대항력이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 임대인이 계약 당일 주택을 팔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분히 법 개정으로 막을 수 있는데도,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때까지 법률상 허점을 방치해뒀다.

현행법으로는 집주인의 밀린 세금도 본인 동의를 받지 않으면 확인할 수가 없다. 계약 전 동의를 받고 미납 국세·지방세를 확인하라는 국세청의 유튜브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 얘기 꺼내면 바로 계약 파기” ”동의 없이 열람 가능하게 해줘야지. 저게 말이야 방귀야.” 심지어 임대인으로 추정되는 이는 이렇게 썼다. “저런 세입자 골치 아파요. 동의하지 마세요.”

임대차 3법이 통과될 당시, 정부는 세입자가 최소 4년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게 한 법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집값과 전세가가 폭등해 집 없는 청년들은 주거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전세를 찾던 청년들이 사기꾼의 덫에 걸린 것이다. 뒤늦긴 했지만, 전세 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적어도 보증금 떼일 걱정 없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이름에 걸맞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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