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여당, 수도권·중도·MZ세대로 외연 넓혀야 산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2. 12.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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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당 대표를 뽑는 경선 룰 변경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시끄럽다. 현행 70% 대 30% 당심·민심 반영 비율에서 당심 비율을 더 올리거나 아예 당원 투표로만 뽑자는 것이 변경론의 핵심이다. ‘역선택 방지’와 ‘당의 주인은 당원’이 명분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반 반장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촐싹거리고, 방해하고,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시키면 되겠나”라며 역선택 방지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전략적’으로 개입한다는 생각은 의외로 널리 퍼져 있다. 사실일까? 사실이 아니다. 여론조사 30%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 층만 대상이다. 민주당을 포함해 다른 정당 지지자들은 배제한다. 이게 기술적으로 쉽다는 건 여론조사 전문가라면 누구나 안다. 민주당도 같은 방식으로 민심 25%를 반영하는데 아무도 역선택을 걱정하지 않는다. 결국 민심 30%를 없애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의 역선택을 막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층의 참여를 막는 것이다.

여론조사 자체를 문제 삼는 사람도 있다. 김종혁 비대위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여론조사로 당 대표를 뽑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지만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이래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여론 조사로 경선과 단일화를 한 역사가 이미 20년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는 오차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무식한’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아직도 그렇게 한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말할 게 못 된다.

역선택은 외려 당원 투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정진석 위원장은 “1년 반 전에 이준석 전 대표를 뽑은 전당대회의 책임당원이 28만명이었다. 지금은 100만명이다. 우리가 국민정당이 된 것이다”라며 자랑스러워했지만 사실은 책임당원 되는 게 매우 쉽기 때문에 불과 1년 반 만에 세 배가 된 것이다. 그사이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자발적 가입과 조직적 가입이 뒤섞여 급증했을 뿐이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책임당원은 당비 규정에 정한 당비를 권리행사 시점에서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 또는 행사 등에 참석한 당원을 말한다’로 돼 있다. 당비는 단돈 1000원이다. 그러니까 3000원을 낸 사람이면 누구나 전당대회 투표권을 갖는다. 자발적이든 조직적이든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의 가입을 막는 장치가 전혀 없다. 정진석 위원장이 우려한 ‘촐싹’ ‘방해’ ‘왜곡’ ‘오염’의 조직적 역선택 가능성은 당원 투표 쪽이 훨씬 크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 여당 대표는 대통령이 임명했다. 야당 대표는 만명 내외로 체육관에서 뽑았다.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당·청 분리’로 여당 대표도 선거로 뽑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은 2003년 5월 처음으로 ‘23만명 전 당원 투표’로 대표를 뽑았는데 이 전당대회 때부터 불거진 특정 종교 집단의 조직적 개입설이 최근 경선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원 투표만으로 당 대표나 대선 후보를 뽑게 되면 ‘동원된 조직’ 선거로 전락할 위험이 아주 크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최병렬 대표가 물러난 후 급히 치른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가 들어갔다.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승부수였다. 그 결과 탄핵 역풍으로 전멸 위기에 빠졌던 한나라당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박근혜 시대가 열린 순간이다. 그 뒤 당심 70%, 민심 30% 룰이 자리 잡았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때는 역선택 방지를 위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 층만 여론조사에 반영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도 사실 민심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 층만 조사하니까 현재 30%는 역선택이 아니라 우리 지지층이다. 비당원인 우리 지지층을 배제한다는 말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는 “1반 반장 뽑는데 1반 아이 절반을 투표 못 하게 하는 방법”이라며 정진석 위원장의 잘못된 비유도 비판했다. 100% 당원 투표는 이재명을 찍은 사람만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을 찍은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 층까지 배제하는 것이다. 그러고선 총선 때는 또 찍어 달라고 할 텐가. 그건 도리가 아니다. 전략적으로도 어리석다.

이준석 대표 내쫓고 ‘MZ세대’ 운운이 앞 뒤 안 맞듯 ‘당 정체성’ 운운하며 지지층을 배제한 후 총선에서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건 뻔뻔한 짓이다. 경선 룰 변경은 교각살우(矯角殺牛)다. 국민의힘 책임 당원은 영남이 수도권보다 많다. 이념적으로도 강성 보수 층이 주류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젊은 층이 조금 들어왔지만 여전히 고령 층이 압도적이다. 이들이 뽑는 당 대표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단언컨대 2020년 민주당에 180석을 내준 황교안 대표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는 파격적으로 30대 0선 당 대표를 뽑았다. 오직 기준은 대선 승리 하나였다. 그 결과 대선 이겼다. 이준석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고, 리더십에 대한 많은 우려도 있었지만 전략적으로는 옳은 선택이었다.

국민의힘은 다시 기로에 섰다. ‘정체성’ 맞는 대표를 뽑아 황교안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수도권·중도·MZ세대로의 ‘외연 확장’이 가능한 대표를 뽑아 이준석의 길을 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시끄러운 변화’와 ‘조용한 익숙함’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정치는 지지 기반을 넓히면 살고 좁히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에 불과하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권력의 오만을 민심은 그냥 두지 않는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사양지심(辭讓之心)은 사라지고 선사후당(先私後黨)의 탐욕만 남은 정당은 민심의 무서운 심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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