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2] 봄날의 꿈
나른한 봄에 잠 이루는 일을 한자로 적는다면 춘면(春眠)이나 춘수(春睡)다. 푸릇푸릇한 식생이 돋아나고 날씨 또한 따듯해졌으니 그 잠이 더욱 달콤하다. 무더운 여름, 쌀쌀한 가을, 추운 겨울의 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유명한 당시(唐詩)가 있다. “봄잠은 아침도 몰라…, 곳곳에서 들리느니 새 울음. 간밤의 비바람 소리, 꽃은 얼마나 떨어졌을까(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 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을유문화사).”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시다. 달콤한 봄날 잠에 취했다가 새벽녘에야 깬 뒤 지은 작품이다. 늘어지게 잤으나 밤중 꿈결에 들리던 비바람 소리에 아름다운 꽃, 그리고 봄을 또 떠나보내고 만다는 안타까움이 그려져 있다.
성어 삼고초려(三顧草廬)의 현장에 등장하는 제갈량(諸葛亮)도 있다. 유비(劉備) 등이 기다리는데도 잠을 자다 일어나는 그의 모습을 ‘삼국연의(三國演義)’ 저자 나관중(羅貫中)은 “초가마루에서 실컷 봄잠 자다보니, 창밖에는 해가 뉘엿뉘엿(草堂春睡足, 窓外日遲遲)”이라 적었다. 이렇듯 봄날, 잠, 그리고 꿈 등은 중국인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들이다. 유명한 주희(朱熹)도 근엄한 도학자(道學者)답게 젊은이들의 학문 수련을 권장하면서 봄날을 앞세워 시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젊음은 쉬이 가버려도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뜰 연못에 새 풀 돋을 때 꾼 꿈 깨기도 전, 섬돌 앞 오동나무에는 이미 가을 소리(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
중국이 개혁·개방 온기에 묻혀 아득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꾼 지 10년. 그러나 이제 중국의 뜨락에는 꽃이 모두 지고 오동잎도 이미 다 떨어졌다. 살을 저미는 겨울의 한기(寒氣)만이 가득하다. 따스한 봄이 온다면 중국은 또 그런 꿈에 젖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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