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미래 산업 ‘언더도그’ 한국, ‘톱도그’와 승부는 지금부터

송충현 산업1부 기자 2022. 12.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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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모로코 돌풍을 진단하며 "그들(모로코)은 '언더도그(Underdog)'로서 벨기에와 스페인을 이겼고 16%의 확률을 뚫고 포르투갈도 꺾었다"고 썼다.

언더도그인 한국 기업들이 수많은 톱도그들을 줄줄이 따라 잡으며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톱도그인 분야에서는 거꾸로 언더도그들의 거센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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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산업1부 기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모로코 돌풍을 진단하며 “그들(모로코)은 ‘언더도그(Underdog)’로서 벨기에와 스페인을 이겼고 16%의 확률을 뚫고 포르투갈도 꺾었다”고 썼다. 이번 월드컵은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에, 일본이 독일에 역전승을 거두는 등 언더도그들의 이변으로 가득했다.

언더도그는 투견장에서 아래에 깔린 개를 뜻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선수나 팀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반대로 위에서 제압하고 있는 개는 ‘톱도그(Topdog)’라 부른다. 이코노미스트는 언더도그가 이변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덜 알려져 잠재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는 데다 실제보다도 과소평가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축구나 야구처럼 많은 경기를 치르는 프로스포츠의 경우 정규리그 우승은 강한 전력을 갖춘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업셋(예상 밖 승리)은 단판 또는 단기전으로 끝나는 토너먼트에서나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종합격투기 같은 투기 종목에선 이런 경기가 꽤 자주 발생해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과거 전적과 무관하게 직접 몸으로 맞붙어 봐야 우열을 가릴 수 있어서다. 언더도그의 반란이 주는 쾌감은 스포츠를 넘어 문화 콘텐츠에서도 중요한 흥행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연약한 이미지의 모범생이 책으로 배운 지식과 지형지물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일진들과 맞서는 한국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승계 구도에서 밀려난 재벌가 손자가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창업주인 할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도 화제다.

언더도그들의 도전과 역전은 경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이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것 자체가 그렇다. 언더도그인 한국 기업들이 수많은 톱도그들을 줄줄이 따라 잡으며 빚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선두에 오른 삼성도 한때는 언더도그였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삼성을 ‘2류 기업’으로 진단하며 조직원들의 인식과 품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후 이어진 뼈를 깎는 노력이 현재의 삼성을 만들어냈다.

한국 기업들은 현재 평면 TV와 스마트폰,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여전히 언더도그 신세다. 인공지능(A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미래차, 바이오 등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의 위상은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분명 거리가 있다.

객관적 지표에서 열세인 언더도그와 강력해 보이는 톱도그가 몸을 부딪쳤을 때 누가 승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엔 수많은 업셋의 기억과 경험이 각인돼 있다. 최악의 환경을 딛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날 선 무기다. 물론 한국 기업들이 톱도그인 분야에서는 거꾸로 언더도그들의 거센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내년에는 언더도그로 분류되는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첨단산업 분야에서 연이은 승전보를 보내오길 바라 본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송충현 산업1부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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