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 자화상, 셀카의 미학[사진 연구소/나승열]
나승열 사진작가 2022. 1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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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일평생 가장 많이 보는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란 말이 있다.
자기 얼굴을 보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수천 년 전 청동거울이 만들어진 시기부터, 어쩌면 그보다 더 먼 옛날에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마주하면서부터 꿈틀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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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일평생 가장 많이 보는 얼굴이 자신의 얼굴이란 말이 있다. 자기 얼굴을 보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수천 년 전 청동거울이 만들어진 시기부터, 어쩌면 그보다 더 먼 옛날에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처음 마주하면서부터 꿈틀대지 않았을까 싶다.
카메라 발명 전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멋지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은 화가에 의해서 그려지는 것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피사체 삼던 화가들마저 르네상스 시대를 맞자 하나둘씩 자신의 얼굴을 그림 한구석 어디엔가 그려 넣기 시작했다. 숨은그림찾기를 방불케 하는 ‘최후의 심판’ 속 미켈란젤로, ‘시녀들’에 보란 듯이 자신을 그려 넣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러한 ‘셀카 욕망’을 잘 보여 준다. 어쩌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초가 화가와 그들의 이런 그림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은 화가의 전유물이던 초상화를 카메라가 대신하게 했다. 결국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카메라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고 누구나 작은 카메라 하나쯤 몸에 품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팔만 쭈욱 뻗으면 손쉽게 자화상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카메라 발명 전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멋지게 남길 수 있는 방법은 화가에 의해서 그려지는 것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피사체 삼던 화가들마저 르네상스 시대를 맞자 하나둘씩 자신의 얼굴을 그림 한구석 어디엔가 그려 넣기 시작했다. 숨은그림찾기를 방불케 하는 ‘최후의 심판’ 속 미켈란젤로, ‘시녀들’에 보란 듯이 자신을 그려 넣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러한 ‘셀카 욕망’을 잘 보여 준다. 어쩌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시초가 화가와 그들의 이런 그림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은 화가의 전유물이던 초상화를 카메라가 대신하게 했다. 결국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카메라는 호주머니 속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고 누구나 작은 카메라 하나쯤 몸에 품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팔만 쭈욱 뻗으면 손쉽게 자화상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카메라가 작고 가벼워지기 이전에도 ‘셀카’는 있었다. 최초의 본격적 셀카는 1909년 바이런 컴퍼니의 창립자 조지프 바이런이 뉴욕 5번가에 있는 스튜디오 옥상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장의 사진엔 ‘자화상’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 당시의 카메라는 꽤 컸기 때문에 두 명이 힘을 모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만 했다(사진).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 재밌다. 연세 지긋한 신사분들이 모여 렌즈를 바라보는 표정은 카메라를 테스트하는 신중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표정이다. 아마도 인화된 사진 주위에 빙 둘러 모여 ‘내 얼굴이 어떠니, 네 표정이 어떠니’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지 않았을까? 113년 전 셀카를 대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요즘 유행하는 ‘인생네컷’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가, 희대의 초상화가라도 어떤 점에서는 셀카를 넘어설 수 없다. 처음 보는 사진가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하고, 화가 앞에서 오랜 시간 지루하게 앉아 있을 필요를 셀카가 없애 주기 때문이다. 내 손안의 카메라와 나 외에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그 안도감과 쾌감은 마음껏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또 100여 년이 흐른 뒤, 셀카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우리들을 웃게 할까. 이미 셀카봉을 넘어 드론이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지금, 미래의 셀카는 분명 더 기상천외하고 신기하며 재미난 세상으로 우릴 안내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아마도 인류 멸망의 마지막 날까지도 셀카는 좋은 친구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인간의 ‘셀카 본능’과 셀카만이 포착하는 웃음은 사진을 업으로 삼은 내게도 중요한 의미로, 커다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이 재밌다. 연세 지긋한 신사분들이 모여 렌즈를 바라보는 표정은 카메라를 테스트하는 신중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아이와도 같은 표정이다. 아마도 인화된 사진 주위에 빙 둘러 모여 ‘내 얼굴이 어떠니, 네 표정이 어떠니’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지 않았을까? 113년 전 셀카를 대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요즘 유행하는 ‘인생네컷’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사진가, 희대의 초상화가라도 어떤 점에서는 셀카를 넘어설 수 없다. 처음 보는 사진가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어야 하고, 화가 앞에서 오랜 시간 지루하게 앉아 있을 필요를 셀카가 없애 주기 때문이다. 내 손안의 카메라와 나 외에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그 안도감과 쾌감은 마음껏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까지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 또 100여 년이 흐른 뒤, 셀카는 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우리들을 웃게 할까. 이미 셀카봉을 넘어 드론이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지금, 미래의 셀카는 분명 더 기상천외하고 신기하며 재미난 세상으로 우릴 안내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아마도 인류 멸망의 마지막 날까지도 셀카는 좋은 친구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인간의 ‘셀카 본능’과 셀카만이 포착하는 웃음은 사진을 업으로 삼은 내게도 중요한 의미로, 커다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나승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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