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주역’ 고정환 본부장 등 사의… 항우연 조직개편 내홍

홍석호 기자 2022. 1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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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등 한국의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조직개편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누리호 주역 중 한 사람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55)은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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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제 폐지-발사체연구소 신설에 “수족 다 잘라” 발사체본부 6명 사표
항우연측 “조직 효율화 위한 개편”… 인사 갈등에 3차 발사 차질 우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직개편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동아일보DB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등 한국의 우주개발을 이끌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조직개편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누리호 주역 중 한 사람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55)은 조직개편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 등에 따르면 고 본부장은 12일 과기정통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발사체본부는 항우연 내 독립 사업본부 격으로 과기정통부에서 본부장 인사권을 갖고 있다. 고 본부장은 사퇴서를 통해 “(조직개편으로) 발사체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을 사실상 해체했다”며 “기존의 본부-부-팀 체계에서 부와 팀을 폐지하고 본부만 남겨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가 됐다”고 했다. 고 본부장과 함께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발사체본부 소속 부장 5명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12일 항우연 내부에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산하에 2실, 6부, 2사업단을 두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누리호 추가 발사를 통한 고도화 사업을 맡을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 누리호를 이을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맡은 ‘차세대발사체사업단’ 등을 신설했다. 기존 발사체본부 내 연구개발팀(15개)은 폐지해 부 체제로 편성하고, 세부 기능과 목적에 따라 인사권이 없는 업무리더(TL)가 팀장 역할을 대신한다. 발사체본부는 산하 조직 없이 과기정통부와 계약기간인 내년 6월까지만 존속한다. 항우연은 우선 최환석 부원장을 발사체연구소장에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개편안은 내년 1월 1일자로 시행될 예정으로 나머지 단장이나 부장 등의 인사가 예정돼 있다.

항우연 측은 이번 개편안의 목적을 조직 효율성 확보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직 구조로는 각자 맡은 단계가 끝나면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사체본부 소속 직원 250여 명을 효율적으로 배치,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항우연 내 항공연구소, 위성연구소 등 타 연구부서는 이미 2018년부터 팀 제도를 폐지하고 실-부-사업단 체계로 개편해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누리호 엔진 개발은 2016년 끝났다”며 “한정된 인원으로 항우연에 주어진 여러 사업을 하려면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고 본부장의 사퇴 소식을 들은 뒤 “조직개편은 계속 추진한다”며 “발사체본부 소속 젊은 직원들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측은 최일선 기술개발 조직인 ‘팀’ 제도를 갑작스럽게 폐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발사체본부가 누리호 추가 발사, 차세대발사체 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의 기술 이전 등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 본부장은 “정부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운영관리지침’ 제3조에 규정된 연구개발조직 추진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런 추진체계로는 누리호 3차 발사,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 등 산적한 국가적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인사권을 둘러싼 항우연과 발사체본부의 오랜 갈등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발사체본부는 나로호 1, 2차 발사 실패 후 과기정통부가 발사체 개발조직을 항우연에서 떼어내 직접 관할하는 형태로 만든 조직이다. 2019년 임철호 전 원장의 회식자리 직원 폭행 사건 등도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발사체본부와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원장 사이의 구조적 대립 때문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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