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왈의 아트톡] 뮤지컬 영화 ‘영웅’

기자 2022. 12.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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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뮤지컬의 공통점은?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김종욱 찾기>

①소설 원작 ②역사물 ③영화화 ④창작뮤지컬

정재왈 예술경영가·고양문화재단 대표

답은 ③번이다. 인기를 끈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진 사례들이다.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 외에 세 작품은 외국 뮤지컬이다. 웬만한 뮤지컬 애호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뮤지컬 고전이다.

위의 작품들처럼 성공한 뮤지컬을 다시 영화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역으로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명작이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한다. 국내외 사례를 따질 것 없이 드물지 않은 일이다. 이런 식으로 동일 콘텐츠를 다양하게 제작, 활용하는 것을 ‘원소스 멀티유즈’(OSMU)라고 한다. 콘텐츠산업의 기본 전략의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한 가지 소재를 다양하게 변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뮤지컬 역사를 거슬러 보면, 이런 OSMU식 부가가치 확장 전략은 1950년대 미국에서 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적 부흥과 함께 영화와 TV, 라디오, 음반, 광고 등 대중예술도 급성장했다. 뮤지컬 제작 또한 봇물이 터져 지금까지 잘 알려진 수많은 명작이 태어났다. <아가씨와 건달들> <왕과 나> <마이 페어 레이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사운드 오브 뮤직> 등등. 이때부터 브로드웨이 1000회 이상 공연도 거뜬해졌다. 대개 이런 뮤지컬은 곧 영화로 제작돼 세계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역동적인 시대를 ‘뮤지컬 황금기’라고 부른다.

성공 사례에만 취해 있다 보면 그렇지 못한 작품의 아픔은 잊기 쉽다. OSMU 하면 시도하는 족족 다 성공할 것 같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앞의 문제에 예시된 작품들만 봐도, 나중에 나온 영화가 뮤지컬 원작의 명성과 흥행을 능가한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장르가 다르더라도 후속작이 전작(원작)을 넘어서려면 특별한 매력이 보태져야 한다.

꽤 오래전 경험이다. 10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를 <공길전>이라는 이름의 뮤지컬로 만든 적이 있다. 영화의 흥행 성공이 곧 뮤지컬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을 가득 품고 발 빠르게 제작을 결행했다. 매우 호기롭게 앞장서 ‘흥행 영화의 뮤지컬화 전략’을 구사했으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원작의 명성에 편승한 막연한 기대와 바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게 있다. 콘텐츠 산업에서 OSMU가 성공하려면 바로 장르별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라고 할까. 공연 현장의 여백을 중시하는 뮤지컬과 다양한 영상과 음향, 편집으로 그 여백을 가득 채우는 영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각 장르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관람방식과 기대감의 차이도 다 여기에서 발생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어디까지나 뮤지컬은 뮤지컬이고 영화는 영화다. 현란한 춤과 노래의 뮤지컬을 훨씬 다채롭고 풍부한 영상 언어로 재현한다고 해서 그대로 훌륭한 ‘뮤지컬 영화’가 되진 않는다. 영화를 뮤지컬로 변용하는 영화의 뮤지컬화 과정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뮤지컬 성공목록에 올라 있는 창작뮤지컬 <영웅>(사진)이 뮤지컬 영화로 제작돼 곧 개봉한다. <영웅>은 의사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와 순국 정신을 담은 묵직한 역사극이다.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메가 히트로 ‘쌍천만 감독’으로 통하는 윤제균의 뮤지컬 영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뮤지컬 소재 OSMU 영화의 결과가 주목된다.

아무쪼록 윤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면, 순결한 애국의 아이콘으로 부단히 호명되는 안중근 의사에게 큰 위안과 보답이 될 것 같다.

정재왈 예술경영가·고양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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